"따릉이 타려고 헬멧 구매?"..의무화 규정, 실효성 있나

권혁준 기자 입력 2018. 10.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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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대여 시범 운영 이용률 3%..회수하기로
"헬멧 구비? 매력 반감"..설문조사서 88%가 '반대'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따릉이 이용자도 헬멧을 써야 한다고요?"

직장인 김모씨(33)는 최근 홍보활동에 나선 경찰들에게 헬멧 의무 착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놀라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평소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해 주로 출·퇴근하는 김씨로서는 '헬멧 의무 착용'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따릉이의 가장 큰 장점은 자전거를 이용하면서도 관리 등 번거로움이 덜 수 있다는 것인데 헬멧을 직접 챙겨야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들에게 설명을 들은 뒤 헬멧을 무상으로 받기도 했지만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헬멧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착용을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헬멧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예전처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에 대한 반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든 자전거 탑승자에 대해 언제나 헬멧을 착용해야만 하는 법안은 자전거 이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룬다.

맨머리유니언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9.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특히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 이용자의 경우 더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따릉이의 경우 애초 짧은 시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진 공공서비스다. 특히 자전거 구매와 보수·정비 등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런 현실에서 따릉이 이용객들에게 헬멧을 의무 착용하라는 것은 애초 '따릉이'만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릉이 이용객들에 대한 헬멧 착용 의무 조항 적용 문제는 이미 법안 시행 전부터 논란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88%(2537명)이 헬멧 착용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헬멧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경우에도 착용률은 매우 저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20일부터 한달간 여의도 전 지역의 따릉이 대여소에서 안전모를 비치했는데, 안전모를 이용한 시민은 100명 중 3명 꼴에 그쳤다. 더구나 미회수율도 23.8%에 달해 여러모로 많은 문제점만 드러냈다.

이 기간 헬멧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김모씨(27·여)는 "관리만 잘 된다면 쓸 의향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쓰던 헬멧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한여름이었기 때문에 헬멧을 쓰면 땀이 더 많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일 현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따릉이 대여소에 헬멧 보관함이 폐쇄돼 있다. © News1

서울시는 9월 한달 동안 여의도와 상암동에서 2차로 안전모 착용을 시범운영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1차 운영과 비슷하게 헬멧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당분간 따릉이 헬멧 대여 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 결과가 보여주듯 사용률은 떨어지고, 미회수율도 높은 편이었다"면서 "현재는 비치됐던 헬멧들을 모두 회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결국 따릉이 이용객들이 '자전거 헬멧 착용'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접 헬멧을 구비해야만 하는 상황이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따릉이 이용객 이모씨(37)는 "동호회 등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야 규정이 없어도 알아서 헬멧을 잘 쓰고 다니겠지만,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결이 다르다"면서 "본인 소유의 자전거가 없는 사람들이 공공자전거를 타기 위해 헬멧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당분간 홍보 캠페인과 안전교육 등을 통해 헬멧 착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 관계자는 "따릉이 이용객들의 경우 짧게 이용하고, 시속 10㎞ 미만의 저속으로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헬멧 착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된만큼 일단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자전거'를 도입했지만, 헬멧을 구비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감당해야한다. 헬멧을 반드시 써야하는 '의무 조항'이지만, 쓰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은 없다. 곱씹을 수록 '알쏭달쏭'한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은 여러모로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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