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로드]13년전 차승원의 예언 적중?..진라면 진짜 1위 하나

함종선 입력 2018. 10. 7. 09:26 수정 2018. 10. 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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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인 2005년. 그때도 인기배우였던 차승원 씨의 라면 광고가 화제가 됐다. 차씨는 광고에서 오뚜기 진라면을 맛깔나게 먹은 후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다.

광고가 화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진라면=1등’이 생뚱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점유율 5% 미만이었던 진라면은 20년 가까이 ‘1등 라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의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진라면의 ‘희망사항’을 놓고 ‘꿈도 야무지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13년이 지난 지금 진라면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올 상반기 라면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봉지면 판매수량 기준,이하 동일)을 보면 신라면이 16.9%, 진라면이 13.9%로 차이가 3%포인트밖에 안 된다. 10년 전인 2009년의 신라면 점유율이 25.6%, 진라면이 5.3%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진라면은 2012년 2위로 올라선 이후 2013년 류현진 광고로 시장 점유율을 더 높였다. 오뚜기는 당시 별 변화가 없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을 진라면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진라면은‘류현진~라면’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광고에 힘입어 진라면의 2013년 시장점유율은 7.4%로 늘었고 2015년에는 10.9%를 기록하며 10%대의 벽을 넘었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새로워진 진라면의 포장.진라면은 매운맛과 순한맛 두 가지가 있다. [사진 오뚜기]

오뚜기 관계자는 “차승원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1등을 얘기했을 때 외부에서는 웃었을지 모르지만 오뚜기 내부에서는 진라면의 품질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 언젠가는 1등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물이 진한 라면이라는 의미의 진라면은 국물맛은 물론, 잘 퍼지지 않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에 순한맛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돼 왔다. 또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해 하늘초 고추를 사용해 진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하거나 밀단백을 추가해 식감을 개선하는 등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했다. 1988년 출시된 후 30년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온 진라면의 올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50억 개로 국민 1인당 100개씩 진라면을 먹은 셈이다.

진라면 덕분에 오뚜기라면은 2015년 시장점유율(제조사별) 20%를 돌파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26.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인 농심(49.7%)을 추격함과 동시에 3위인 삼양식품(12.2%)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판매량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봐도 농심 53.2%,오뚜기 23.3%,삼양식품 14.1% 순이다.

진라면의 약진에는 ‘갓뚜기’라는 별명이 불릴 정도로 호평받고 있는 기업 이미지도 한몫했다. 2016년 오뚜기 창업자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24년간 심장질환 아동 4000여 명을 후원한 것 등 그의 숨겨진 선행이 알려지면서 착한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됐다. 아울러 10년 전과 동일한 진라면의 ‘착한 가격’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진라면이 차승원의 예언(?)대로 1등을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1봉지당 나트륨 함량이 1880mg으로 현 1등인 신라면(1790mg) 등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나트륨함량이 높을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 또 최근 매운 라면인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라면 소비자들이 찾는 라면 맛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진라면이 1등 고지로 올라서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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