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당정의 '금리월권' 되받아쳤다.."저금리만이 부동산 문제 원인 아냐"
"외부 의견을 너무 의식해 인상 및 동결 결정 안 할 것"
이낙연, 김현미 등의 '저금리 주범론' 및 인상 촉구성 발언과 관련해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택 가격 급등이 저금리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저금리 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 때 외부 인사들의 발언을 신경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기도 했다. 부동산 급등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저금리 주범론’과 금리인상 촉구성 발언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은 데 대한 이 총재의 대답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장은 이 총리의 발언을 금통위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채권금리가 널뛰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은은 더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과 관련해 “저금리에 따른 시중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한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이런 정부 관계자들의 금리 인상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두 차례(10월, 11월) 남은 금통위 때 금통위 본연의 권한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 여부라든가 그 시기는 곧 나올 경제전망, 그 시점에서의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정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금통위가 본연의 맨데이트(Mandateㆍ책무)에 충실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 금리에 있다고 보는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주택 가격 상승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유독 저금리만을 그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택가격 상승에는 물론 저금리 등 완화적인 금융여건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뗀 이 총재는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이라던가 개발계획 발표 이후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되었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이라며 “어느 요인이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냐는 논쟁은 현재로써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서울 시내 요지 등의 주택 공급 확대라는 근본 처방을 하지 않고 대출 및 세제 규제 등 변죽만 울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대적인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가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의 언급은 이런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금융 불균형을 이날 또다시 언급했다. 금융 불균형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지만 주택ㆍ조세ㆍ소득 등 여타 다양한 정책 상황에 맞춰서 가겠다는 설명이었다. 금융 불균형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주택시장을 포함한 금융안정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든가 주택정책, 조세정책, 소득정책 등을 같이 해 운용할 때 금융 불균형 누적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의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는 정도는 여타 정책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같이 보고 상황에 따라서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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