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주열, 당정의 '금리월권' 되받아쳤다.."저금리만이 부동산 문제 원인 아냐"

정용환 2018. 10.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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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간담회서 "수급 불균형, 개발계획 발표 등도 부동산 급등 원인"
"외부 의견을 너무 의식해 인상 및 동결 결정 안 할 것"
이낙연, 김현미 등의 '저금리 주범론' 및 인상 촉구성 발언과 관련해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택 가격 급등이 저금리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저금리 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 때 외부 인사들의 발언을 신경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기도 했다. 부동산 급등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저금리 주범론’과 금리인상 촉구성 발언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열린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워크숍 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열린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워크숍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부의 의견을 너무 의식해서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을 하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인상이 적절치 않은데도 인상을 하는 등의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은 데 대한 이 총재의 대답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장은 이 총리의 발언을 금통위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채권금리가 널뛰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은은 더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과 관련해 “저금리에 따른 시중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한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이런 정부 관계자들의 금리 인상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두 차례(10월, 11월) 남은 금통위 때 금통위 본연의 권한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 여부라든가 그 시기는 곧 나올 경제전망, 그 시점에서의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정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금통위가 본연의 맨데이트(Mandateㆍ책무)에 충실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 금리에 있다고 보는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주택 가격 상승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유독 저금리만을 그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 자료를 보면 강남권 일부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30% 이상 크게 올라 전용면적 59㎡ 등 소형 1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진은 이날 강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주택가격 상승에는 물론 저금리 등 완화적인 금융여건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뗀 이 총재는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이라던가 개발계획 발표 이후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되었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이라며 “어느 요인이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냐는 논쟁은 현재로써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서울 시내 요지 등의 주택 공급 확대라는 근본 처방을 하지 않고 대출 및 세제 규제 등 변죽만 울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대적인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가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의 언급은 이런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금융 불균형을 이날 또다시 언급했다. 금융 불균형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지만 주택ㆍ조세ㆍ소득 등 여타 다양한 정책 상황에 맞춰서 가겠다는 설명이었다. 금융 불균형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주택시장을 포함한 금융안정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든가 주택정책, 조세정책, 소득정책 등을 같이 해 운용할 때 금융 불균형 누적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의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는 정도는 여타 정책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같이 보고 상황에 따라서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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