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재인·김부겸·유시민·백남기..' 신군부 '학원사찰 계보도' 첫 공개 [5공 전사-2화]

유정인·강현석 기자 입력 2018.10.08. 06:01 수정 2018.10.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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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5·18 직전 두 차례 걸쳐 작성
ㆍ대대적인 체포·사찰에 활용
ㆍ보안사가 기획한 자료로 추정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전국 26개 대학 교수·학생 458명을 담은 학원사태 주동자 계보도를 작성해 대대적인 체포·사찰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5월17일 직전에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신군부가 전국 대학별로 그린 학생운동 계보도 묶음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향신문이 국방부와의 소송을 통해 9권 전권을 확보한 전두환 정권의 비밀책자 <제5공화국 전사>에는 ‘대학생 학원사태 주동자 배후체계도’와 ‘각 대학 학원사태 주동자 계보’가 실려 있다. 계보도는 1980년 5월6일과 15일에 각각 작성됐으며, 세세한 사찰 내용도 담고 있다. 한 대학교에서 적게는 3명, 많게는 52명에 이른다.

<5공 전사> 부록 2편 665쪽 ‘경희대 학원사태 주동자 계보도’. 맨 위 법대 4학년 ‘文○○’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강윤중 기자

‘경희대 계보도’ 가장 위에는 ‘除籍復學生(제적복학생)’ 바로 아래에 “文在寅(문재인)·法(법)4”라고 쓰여 있다. 주동자로 분류된 문 대통령과 제적·복학생 2명은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제적당했다가 복학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주동자로 지목된 뒤 곧바로 예비검속으로 체포됐다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들었고, 그후 무혐의로 풀려났다. 예비검속법은 일제강점기에 범죄 방지를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서울대 계보도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심재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고려대),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화여대), 고 백남기 농민(중앙대) 등도 대학별 계보도에 들어있다.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고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언론인 출신인 고 리영희 한양대 교수 등은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 인물로 적혀 있다. <5공 전사> 속 학원사찰 계보도의 학생·교수명은 국방부가 ‘문○○’ ‘김○○’ 식으로 이름을 지운 채 공개한 것을 경향신문이 당시의 실제 인물을 확인한 것이다.

계보도는 작성 주체가 나타나 있지 않지만 각 정보기관이 수집한 학원사찰 내용을 보안사나 합동수사본부가 취합한 자료로 추정된다. 당시 두 기관의 수장은 모두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령 전국 확대를 통해 반대파를 잡으려고 사전에 준비한 자료로 보인다”며 “경찰이나 중앙정보부의 사찰 내용을 기반으로 했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고 기획한 것은 보안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 적힌 인물 상당수는 그해 5월17일 체포됐다.

<5공 전사>는 본문 4편에서 5·18민주화운동 직전 ‘학원소요 사태’를 다루면서 계보도들을 별도 부록에 실었다. 당시 대학가의 민주화운동을 “불순분자의 배후 조종”으로 규정했으며, “계엄당국에서는 경찰로는 더 이상 학원소요의 저지가 불가능하므로 군의 투입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판단(했다)”이라고 5·17 계엄 확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다.

유정인·강현석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