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루킹 특검 수사팀장 '방석호 호화출장'엔 묻지마 면죄부
[경향신문]
‘드루킹’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방봉혁 서울고검 검사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간여로 검찰이 불기소 결정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방석호 전 아리랑TV사장에 대해 ‘묻지마 면죄부’ 결정을 내렸다.
2016년2월 ‘황제출장’으로 사퇴한 방 전 사장의 법인카드 비리는 우 수석 시절 불기소결정이 내려졌다가 정권교체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지난3월 검찰이 다시 불기소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방 검사는 가족동반 호화출장 의혹으로 물러난 방 전 사장의 업무상횡령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대해 원 처분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잘못을 찾을 수 없다며 지난달17일 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방 검사는 불기소 결정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을 하면서도 방 전 사장의 업무상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항고과정에서 제출된 추가증거들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방 전 사장은 그동안 경찰과 검찰조사에서 2015년 5월 뉴욕출장중 4인실 호텔은 혼자 사용했고 가족들은 뉴욕시내 딸의 약혼자 숙소에서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또 방 전 사장은 수사과정에서 가족들이 예매만 하고 실제 사용하지 않은 항공권을 제출한 것은 가족동반 출장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단순 실수라 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뉴욕출장중 자신과 함께 머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예매만 한 항공권을 실제 사용한 것으로 착각하고 잘못 제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 전 사장이 검찰의 불기소결정을 비판한 경향신문 기자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후 사실조회 과정에서 방 전 사장 진술에 반하는 다수의 증거가 드러났다.
먼저방 전 사장이 2015년5월 뉴욕출장중 머물던 센트럴파크 호텔내 스타벅스 커피셥에서 방 전 사장의 아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방 전 사장이 뉴욕에 도착한 후 가족들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들 신용카드로 아메리카 에어라인 비행기표를 구매한 사실도 밝혀졌다.
뉴욕출장중 가족들은 약혼자 숙소에서 잠을 잤고 따로 움직였기 때문에 같은 기간 뉴욕에 머문지 몰랐다는 방 전 사장 진술이 사실상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2015년9월 박근혜 전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생중계를 위해 출장을 갔을 당시 휴일 우드베리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며 사용한 법인카드 지출내역과 관련해서도 방 전 사장 진술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됐다.
방 전 사장은 뉴욕시내 한인식당에서 3~4인분의 부대찌게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내역에 대해 경찰조사에서는 “렌터카 운전기사와 함께 먹었다”고 주장했다가 검찰조사에서는 “혼자 먹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방 전 사장의 진술에 숱한 허점이 발견됐음에도 방 검사는 “(불기소결정을 내린 검사의)사건기록을 세밀히 살펴본 결과 항고는 이유 없다”고 했다.방 검사가 밝힌 항고 기각 사유는 이 딱 한 줄이 유일했다. 검찰의 2차례 불기소 결정 모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음에도 방 검사는 아무런 추가조사나 추가로 제출된 증거에 구체적인 판단도 없이 방 전 사장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특히 지난4월 항고가 제기된 후 5개월 가까이 결정이 미뤄지다 방 전 사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를 한달 정도 앞두고 갑자기 방 검사에 재배당된 뒤 불과 10여일만에 항고기각된 것도 의문이다.
항고기각 시점도 2016년8월 검찰의 최초 불기소결정과정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간여하고 검찰수뇌부가 불기소 결정을 비판한 기자를 고소하도록 부추긴 정황이 담긴 증거자료가 서울고검에 제출된 직후였다.
법원의 사실조회 기록에 따르면 방 전 사장은 지난해 초 경찰조사과정에서 가족동반출장 의혹이 불거진 후 청와대 지시로 감사가 시작돼 검찰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방 전 사장은 “경향신문에서 2016년 2월1일 가족동반 출장 의혹을 보도한 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당시 문체부 차관에게 경위를 듣고자 전화가 와서 다음날 퇴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 전 사장은 이어 “며칠 뒤 청와대 지시로 문체부, 방통위, 금감원, 국세청 4개 부처에서 감사가 시작됐고 국정원이 2월말 청와대에 업무상 횡령이 드러난 것이 없다고 보고했다”며“감사원은 감사원대로 4월 총선
을 앞두고 공공기강을 확립한다고 별도의 조사를 3월중 벌였다”고 했다.
하지만 방 전 사장에 대한 정부부처 합동 감사결과는 총선이 끝난 후인 2016년5월 발표됐고 같은 해 8월 서울중앙지검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방 전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방 전 사장의 가족동반 출장의혹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정부부처와 국정원, 감사원을 조율해가며 사건처리 과정 전반에 개입한 셈이다.
방 전 사장은 “경향신문 기자는 무혐의 결정 후에도 경찰에 나를 고발함으로써 민정수석실 지시 수사사건이었기에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까지 보고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릴 정도로 꼼꼼하게 수사를 했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황당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방 전 사장은 또 “2016년10월 국감때 업무상 횡령과는 상관없는 (경향신문의)항공편 티켓 보도건으로 야당의원의 비판을 받자 화가 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는 경향신문 기자를 형사고소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며“(그후) 최소한의 응징을 하고자 손해배상 소송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민정수석 지시로 수사를 진행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 이후 경향신문이 계속해서 수사의 허점을 지적하자 기자를 고소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같은 방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불기소결정을 지휘했던 노승권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노 부원장은 이에 대해 “방 전 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고소해달라고)부탁을 하다니요.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 대꾸의 가치를 못 느끼겠습니다”고 답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면 그렇게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의 진술만 믿고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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