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녹색도시 만드니 사람들이 몰려왔다" '태양의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환경전문가 베른트 달만 [인터뷰]

배문규 기자 2018. 10. 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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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패시브하우스 단지. 사진 위키피디아

“건물마다 지붕이 있잖아요. 학교, 정부청사, 회사, 고속도로까지 태양광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의지입니다.”

독일 남부의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의 도시’로 불린다. 프라이부르크 경제관광공사 최고경영자를 지내며 이 도시를 30여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친환경 생태도시로 가꾼 베른트 달만 유럽환경재단 이사장(67)가 말한 전환의 비결은 ‘시민들의 의지’였다.

지난 4일 환경재단의 그린아시아포럼2018에 참석한 달만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라”고 했다. 세계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는 프라이부르크는 태양광과 풍력, 수력을 적극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자동차를 소유한 시민들의 비율은 독일에서 가장 낮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절반에 달한다.

인구 22만명의 프라이부르크는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다. 와이너리와 숲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처음부터 친환경 도시는 아니었다. 1970년 독일 정부가 이 지역에 원전을 짓기로 하자 시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선 것이 에너지 전환의 계기가 됐다. 1979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1987년에는 ‘그린시티’로 전환을 선포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절약형 주택, 차 없는 거리, 유아기부터 이뤄지는 친환경 교육 등을 통해 프라이부르크는 ‘세계에서 가장 푸른 도시’라 불린다. “현재 프라이부르크에서 연간 쓰이는 에너지 중 2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데, 날씨 조건에 따라 80%까지 오르는 날도 있다”고 달만은 소개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 수준이다. 땅은 좁고 날씨 변화가 심한 한국이 프라이부르크를 따라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달만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에도 지붕이나 옥상은 있잖아요. 빈 땅부터 바다까지,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 위에 그늘막 패널을 설치할 수도 있고요. 수요가 늘면 기술도 발전하고 비용도 낮아집니다. 사람들의 결단에 달렸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경제관광공사 최고경영자를 지낸 베른트 달만 유럽환경재단 이사장이 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프라이부르크가 세계 최고의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달만은 무엇보다 “우선 순위의 문제”라고 했다. “길을 낼 때 정부가 자전거와 보행자를 우선시하면 그에 맞는 인프라를 만들게 됩니다. 현재 세계의 도시들은 자동차로는 도시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대안을 찾던 프라이부르크는 ‘자전거 고속도로’까지 만들었습니다. 여러 교통수단을 조합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볼 방안입니다.”

달만은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은 주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시 곳곳에 보급된 ‘패시브하우스’(단열 주택)다. 한국에서도 최근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건설 비용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고층아파트가 많다. “노후화된 20층 건물에 적용해보니 에너지 소비가 60% 줄었고, 효과를 확인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시민들의 의지에 경제적 뒷받침이 더해져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원전 반대로 시작된 시민 의식이 현재까지 이어져 공유되는 비결은 ‘부모로부터 자녀로 전해지는 교육의 힘’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자라서 이를 파괴해선 안된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환경보호에는 돈이 든다는 것을 시민들도 알지만 그럼에도 자연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지 모르고, 도시의 환경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4대강 사업으로 운하를 만들어 자연이 파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시에서 새와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까요.”

1000만명이 사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프라이부르크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단계별 적용과 세분화된 목표가 필요하다. 달만은 “우리는 이동수단, 에너지, 냉난방을 어떻게 할 지 세 가지 목표로 접근했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이산화탄소 감축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정했다. “대기오염 해결, 에너지 전환처럼 확고한 목적만 있다면 인간은 해내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태양광패널로 덮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패시브하우스. 사진 엘런맥아서재단 www.ellenmacarthurfoundation.org

살고 싶은 도시로 변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녹색 도시가 성장하는 도시”라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일과 삶의 균형’이 맞아야 하고, 더 맑은 공기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녹색 도시에는 인재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가 바로 그런 성공모델이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위치도 도움이 됐다. 독일 남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였는데 유럽연합(EU)의 중심부로 입지가 바뀐 것이다. 대학 교육에 투자하고,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 참여 등 도시 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자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시킬 종합적인 모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올여름 한국뿐 아니라 유럽도 극심한 폭염을 겪었다. “올 여름의 폭염은 기후변화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현실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없으면 지구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합니다.”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그린아시아포럼2018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한국 환경위기시계를 들고 있다. 환경위기시계의 올해 한국 시각은 9시35분으로, 지난해 9시9분 보다 26분 더 12시에 가까워졌다. 환경재단은 포럼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12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소장과 환경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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