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김일성도 교황 초청 TF 구성했다..북한의 속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식 초청할 뜻을 밝혔다고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교황의 평양 방문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번영에 관심이 많다.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냐”라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백두산에서 김희중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겠다”고 하자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깜짝 놀랄 일이지만,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 건 처음은 아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5월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의 일원이었다는 태 공사는 책에서 “1991년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고 밝혔다. 당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였다.
태 공사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다. 1991년 소련은 붕괴됐고, 동서 냉전은 공식적으로 종식된 해였다.
태 전 공사는 김일성 주석이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썼다. 또 교황청이 북한에 천주교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달라고 요구했고, 북한 노동당은 한 할머니를 찾아내 바티칸에 데려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BBC코리아는 현재 북한 천주교의 실체에 대해 보도했다. BBC는 “북한에 ‘진짜 신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면서도 북한 성당을 방문해 신자들을 만나본 예수회 민족화해위원장 김연수 신부의 발언을 전했다.
김 신부는 BBC 코리아에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있는 신앙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며 “만나본 사람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예배를 드리고 진짜 신앙심을 갖게 된 신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공민은 신앙 및 종교의식의 자유를 가진다”(제2장 14조)고 명시해 문서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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