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 법정관리 신청, 로드숍 화장품 어쩌다 ..
주요 10개 브랜드 매출 한때 3조
매장 난립, 출혈 경쟁으로 무너져
올리브영식 편집숍 인기도 영향
스킨푸드는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에서 직접 생산하지만, 자금난으로 원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로부터 제품을 받지 못한 가맹점주는 오픈마켓에서 스킨푸드 제품을 사와 되팔고 있다. 서울 충무점주 강 모 씨는 “지난해 1월 개점 이후 물건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발주 시스템에 들어가 3박스를 주문하고 나면 어느샌가 1박스로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최근 들어선 제품의 90%를 남의 사이트에서 사들여 팔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를 비롯한 4명의 점주는 지난 8월 스킨푸드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또 조윤호 현 대표를 포함한 임원 4명에 대해 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최유미 스킨푸드 마케팅본부 상무는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회사의 경영 상태가 급속히 어려워졌다”며 “비용을 최소화해 가맹점 물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브랜드와 매장이 난립하며 과당 경쟁을 벌인 것도 이유다. 잦은 세일 등으로 원가 체계를 무너뜨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실제 오픈마켓 등에선 정가의 50%에 팔리는 제품이 허다하다.
로드숍 매출은 2016년을 기점을 꺾였고, 급기야 올해 상반기 화장품 주요 상장사인 에이블씨엔씨(미샤)·토니모리·클리오는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3% 줄었으며, 에뛰드하우스는 76억원의 손실을 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소속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도 편집숍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서울 강남대로에 자사 브랜드 외에 59개의 브랜드를 합친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을 선보였으며, LG생활건강도 네이처컬렉션에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 브랜드숍은 공급자 위주의 유통 시스템”이라며 “회사는 수직 계열화로 단순화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군데에 검증된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으로 화장품 시장이 변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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