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항명 부른 강원랜드 수사 외압의혹, 결론은 "실체 없다"

윤주헌 기자 2018. 10.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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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의원·김수남 전 총장 등 혐의없음 처분하고 사건 종결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검찰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현직 검사의 폭로로 시작돼 검찰총장에 대한 항명(抗命) 사태까지 초래했지만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검찰 내에선 "조직 기강까지 무너뜨린 사건의 결론치고는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강원랜드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이 수사팀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은 2016년 2월 불거졌다. 강원랜드는 내부 감사 결과, 2013년 신규 직원 채용 당시 채용 청탁과 점수 조작 등 문제가 있었다며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4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당시 인사팀장인 권모씨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춘천지검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해 12월 최 전 사장과 염 의원의 보좌관 박모씨를 구속했다.

그런데 춘천지검에서 이 사건 수사를 했던 안미현 검사가 지난 2월 방송에 나와 "수사팀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난 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불구속 지시를 내렸다"고 한 것이다. 또 수사 대상이었던 권 의원과 염 의원이 모 고검장과 자주 통화한 증거 목록을 삭제하라는 상부 압력을 받았다고도 했다. 대검은 "외압은 없었다"고 했지만, 정치권의 가세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은 별도 수사단을 꾸려 채용 비리를 둘러싼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사실상 세 번째 수사에 나섰다. 안 검사는 수사단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또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권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대검에 냈는데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영주 당시 춘천지검장을 심하게 질책했다"고 했다. 문 총장의 질책 이후 수사팀이 권 의원을 소환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안 검사는 소속 검사장의 승인 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사윤리강령 위반이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강원랜드 수사단이 보도 자료를 냈다. 문 총장의 개입으로 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가 일시 보류됐다는 내용이었다. 문 총장이 수사의 전권(全權)을 수사단에 일임하겠다고 해놓고 권 의원 수사 내용 보고를 요구했으며, 검찰 간부들을 기소하는 문제에도 개입해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검찰총장에 대한 항명이었다.

검찰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전문자문단을 꾸렸고, 전문자문단은 논의 끝에 검찰 간부들이 외압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수사단이 지난 7월 강원랜드에 지인 등을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권 의원과 염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외압 의혹이 이번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실체 없는 의혹 제기가 수사로 이어지고 정당한 수사 지휘에 대한 감정적인 반발로 내부에 상처만 남았다"며 "전(前) 정권의 일인 데다 야당 인사가 관여돼 있어 의혹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안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절한 지휘와 지시였다는 연막으로 남용된 직권은 끊임없이 면죄부를 받겠지만 국민은 절대 면죄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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