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공연한 관행"..환자만 몰랐던 영업사원의 수술실行

이재은 기자 2018. 10. 10. 06:08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로 환자 사망.. "CCTV 설치하라" 여론 높아져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부산에서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집도한 뒤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대리 수술'이 의료계 공공연한 관행이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수술실에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라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5월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고 4개월 만에 사망한 40대 남성 강모씨의 사건을 다뤘다. A씨는 어깨 통증으로 지역 병원에서 단순 어깨 수술을 받았는데 끝내 패혈성 쇼크, 세균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경찰이 강씨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강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는 의사가 아니라 의료기기 영업사원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공공연한 관행"… 환자만 몰랐던 영업사원의 수술실行
이 같은 대리 수술에 대해 전·현직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한 영업사원은 "하루에 3건 정도 (의사 대신) 수술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도하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 등 인터넷에 올라온 수술 영상을 보며 연습한다"고 밝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병원에서 대리수술하는 것 맞다. A교수, B교수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사진=픽사베이

대리수술이 만연한 이유는 금전적 이득 때문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리수술의 이점은 오직 금전적 이득"이라면서 "장비 사용법이 서툴다면 자신보다 더 전문적인 의사를 고용해야 하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맡긴다"고 설명했다. 영업사원이 집도하는 시간에 자신은 다른 환자를 보면서 수술 횟수를 늘리는 행태도 보인다는 것이다. 차상면 전 성형외과의사회 회장도 대리수술에 대해 "과대광고로 환자를 많이 모은 후 그 많은 환자를 소화하기 위해 대리수술이 일어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관절 전문병원 관계자 C씨는 "수술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들어오는 일이 많기는 하다"면서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기구(장비)가 워낙 많기 때문에 때로는 영업사원이 집도의보다 좀 더 기구 사용법을 잘 알 때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알기로 의료계에서 전체 집도를 영업사원이 하는 일은 특수하고, 수술실에 영업사원이 함께 들어가 그 기구를 사용할 때 집도하는 일은 빈번하다"며 "물론 이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 대학병원 관계자 D씨는 "나 역시 이번 대리수술 사건을 보고 놀랐다"면서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물론 새로운 장비가 나왔을 때 영업사원이 수술방에 들어와 집도의에게 사용법을 설명해줄 때는 있다. 하지만 딱 그 장비 사용에 대한 설명이지 영업사원이 수술을 이끌어나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D씨가 근무하는 병원 수술실에는 이미 CCTV가 설치돼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료분쟁 대비해야" vs "직업수행 자유침해"
이처럼 의료계에서 대리수술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알려지며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방에는 '안전하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 대리수술 누가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국내 병원에서 수술시 CCTV로 녹화하고, 대리 수술이 자행될 경우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추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누굴 믿고 병원에 갈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해당 청원에 10일 오전 기준 약 3700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자료 제공=경기도

지난달 27~28일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1%의 도민이 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찬성했다. 또 93%의 도민이 CCTV 설치가 의료사고 분쟁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적 여론에 힘입어 경기도는 도내 의료원 수술실 CCTV 운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부터 개시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내년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 운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 입장이다. 의협은 "경기도는 각종 논란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의료계의 의견도 배제한 채 CCTV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술실 CCTV 운영은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돼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되고,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관계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면서 "수술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절 전문병원 관계자 C씨도 "수술 장면은 자르고 피가 튀기는 등 매우 잔인하다. 환자들이 만일 CCTV를 보게 되면 충격에 빠질까 우려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대리수술을 형법상 상해나 살해 미수 등으로 봐 처벌하고 있다. 1983년 뉴저지대법원은 대리수술을 사기·상해·살인미수로 규정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대리수술을 시킨 의료인은 지난 8월17일 공포·시행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에 따라 6개월간 자격정지에 처할 뿐이다.

[관련기사]☞"자기야, 얼른 씻어"…아내에게 온 낯선 남자의 메시지김정은, 천지에서 김희중 대주교 말에 허리 꾸벅 숙인 이유[MT리포트] '클린 디젤車'의 몰락…어쩌다 '더티 디젤' 됐나"촌스러워서"…청와대 로고 바뀐 사연고소영, 불가리 VIP 행사 참석…"남다른 아우라"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