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가수·밴드 불러 퇴임식..조직 썩었다" 폭로

위성욱 입력 2018. 10. 10. 11:51 수정 2018. 10. 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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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게시판 글 올라 경찰 감찰 나서
게시자는 경찰서장의 '갑질'도 지적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도]
경남의 한 경찰서장이 가수와 밴드를 불러 성대한 퇴임식을 했다는 글이 경찰 내부게시판에 올라와 경찰이 감찰에 나섰다.

지난 4일 경찰 내부게시판에는 실명으로 ‘썩은 총경 계급장에 돌을 던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8월 공로연수에 들어간 A경찰서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글을 쓴 B씨는 이 글에서 “30년을 같은 서에서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위 이하 동료직원은 점심 한 끼 나누지 못하고 2층 소회의실에서 초라한 간편 퇴임식 후 쓸쓸히 조직에서 떠나간다”며 “(그런데)왜 경찰서장은 우리 서에서 1년밖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층 회의실 강당에서 가수와 밴드를 초빙하여 성대한 퇴임식을 하고 떠나갔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서는 지난 7월 31일 4층 강당에서 A서장에 대한 퇴임식을 열었다.

경남경찰청 감찰계 사무실 입구 모습. 위성욱 기자
이어 “그동안 경찰서장 퇴임식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우리 조직이 썩어도 정말 한참 썩었다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문화예술회관이나 외부 호텔 등 커다란 행사장을 빌려서 200여명 이상의 일반인을 초청해 퇴임식을 하려다가 그것마저 여의치 않자 직원들의 수 없는 반대여론에도 4층 강당에서 100여명의 일반인을 초청해 끝까지 이임식이 아닌 퇴임식을 강행한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서장은 퇴임식 후 공용물품인 관사 이불까지 가져갔다가 글이 올라온 뒤 뒤늦게 “이사 과정에 실수로 섞여 가져갔다”며 되돌려 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서장의 갑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B씨는“경찰 서장이 회사 사장이 아니며 현장 직원이 종업원이 아닌데 (A서장은) 우리의 동료인 순경을 반강제적으로 1호 차 운전 요원으로 발령해 근무시간이 끝난 오후 6시 이후와 심야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개인회사 사장의 비서처럼 부려먹었다”며 “그러면서도 미안해하는 마음은 없고 당연히 경찰서장은 이렇게 해도 된다는 특권의식이 조직 전체를 병들게 하고 부하직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감찰계 사무실. 위성욱 기자

경남경찰청 감찰계는 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5일 해당 경찰서에 대한 1차 감찰을 벌였다. 감찰계 관계자는 “해당 글을 올린 직원과 퇴임식 행사에 관여한 경무계 직원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다”며 “당일 가수와 밴드를 불러 퇴임식을 한 것은 확인됐지만, 아직 해당 총경에 대한 조사와 행사에 들어간 비용 여부 등은 추가로 더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가수는 해당 경찰서 여성 명예파출소장이 맡았고, 밴드도 경찰관이 포함된 동호회 성격이어서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진술만 확보했다”며 “경위 직급의 동료직원은 초라한 퇴임식을 했다는 것도 사실 확인 결과 3명 모두가 스스로 퇴임식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폴네티앙'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서 감찰 도중 목숨을 끊은 충북 여경 감찰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가운데 함안경찰서 류근창 경위가 고발 취지를 설명하다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고 있다. [뉴스1]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행사에 사용한 다과 등을 사는데 비용을 쓴 것은 맞지만 정확한 금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A경찰서장은 “조촐한 은퇴식 개념으로 한 행사인데 호화 퇴임식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인사 불만 등에 의해서 글을 올린 것 같고, 일상적인 일을 한 것을 너무 부풀려 글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글은 현재 3만 회의 조회 수를 보여 전국 경찰의 4분의 1이 이 글을 읽었다. 댓글도 200여개나 달렸다. 전·현직 경찰관 700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 회장인 류근창 경남경찰청 정보과 경위는 “경찰서장이 그런 식의 퇴임식을 하면 치안에 힘을 쏟아야 할 직원들이 행사 준비에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고향에서 앞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서장이 그런 식의 행사를 한 것은 조직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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