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 가족여행이 악몽으로.. 네 살배기 딸 잃은 아빠의 호소

정지용 기자 이슬비 인턴기자 2018. 10.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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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한림읍 목장서 발생한 렌터카 사고 전말과 뒷얘기 밝혀

지난달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온 김모씨(44)는 여행 둘째 날 눈앞에서 네 살배기 막내딸을 잃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5박 6일 일정으로 예정된 여행은 병원과 경찰서, 장례식장으로 이어졌다. 기대에 부풀었던 가족여행은 비극이 됐다.

사건은 지난 9월 4일 오후 2시24분쯤 제주 한림읍에 있는 목장에서 발생했다. 목장을 둘러본 김씨 가족은 다음 명소를 찾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김씨는 막내딸과 함께 주차된 차량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흰색 렌터카가 옆에서 막내딸을 덮쳤다. 김씨는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운전자 A씨(25·여)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고, 쓰러진 아이를 깔고 지나친 뒤 멈춰 섰다. 김씨가 차량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아이를 구해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딸아이 살릴 기회 있었는데… 가해자, 검찰에 송치되자 문자로 사과”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사무실에 만난 김씨는 딸아이를 살릴 기회가 세 차례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A씨가 전방 주시만 잘 했어도 참극은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차량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을 때 차를 세웠더라면 딸아이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가해자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 김씨는 “지난 9월 30일이 죽은 딸아이의 세 돌이었다”며 “키가 90cm에 가까운 아이를 못 봤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아이를 떠나보낸 지 한 달이 넘게 흘렀지만 가해자 A씨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당일 경찰서에서 김씨 아내가 먼저 다가가 A씨에게 사고 경위를 따져 묻자 ‘미안하다’고 짤막하게 답한 게 전부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 가해자 A씨가 검찰 송치를 앞두게 되자 자신의 변호인를 통해 합의를 요청해왔다”면서 “‘진실성이 없다’고 합의를 거부했더니 4일 밤 A씨가 ‘죄송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엎드려 절 받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4일 제주시 한림읍 한 목장에서 발생한 2세 여아 사망사고 직전 모습. 흰색 경차(붉은색 선 원안)가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CCTV영상 캡처

◇CCTV 영상에 담긴 사고 순간… “아이 방치한 나쁜 부모 돼 버렸다”

김씨는 일부 언론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숨진 아이가 부모와 5m 가량 떨어져 있었다’는 잘못된 내용의 기사가 보도돼 아이를 죽게 방치한 부모가 돼 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목장 카페 CCTV에 찍힌 사고 당시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숨진 아이는 김씨와 함께 주차된 차량 한가운데 난 길을 지나고 있었다. 두 사람 간의 거리는 보도와 달리 무척 가까웠다. 뒤이어 주차된 흰색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회전하듯이 빠져나오면서 아이를 덮쳤다. 놀란 김씨가 막아 세웠지만 차량은 쓰러진 아이를 그대로 타고 넘어선 뒤에야 멈춰 섰다.

김씨는 이 CCTV영상을 아내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딸을 잃고 눈물로 지새우는 아내가 더 큰 충격에 빠져 앓고 있는 우울증이 악화될까 우려해서다.

◇“사망 사고 줄이려면 엄격하게 사고 책임 물어야”

김씨는 가해자 A씨의 전방 주시 태만과 운전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들었다. 제주에서 빈번한 렌터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 소지자면 누구에게나 빌려주는 현행 대여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아이는 세상 무엇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데, 가해자가 받는 처벌은 금고형이나 집행유예 정도니 죄책감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처벌 기준을 강화해 보다 엄격하게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사고 발생 한 달 만인 이달 초 11대 중대 항목 위반 혐의로 가해자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 교특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 중과실치사상)의 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정지용 기자 이슬비 인턴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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