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입력 2018.10.11. 16:46 수정 2018.10.12. 09:16

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고기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해파리만 늘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비명이 터져 나오는 까닭은 해파리가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또 죽은 해파리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으면 해삼, 게, 새우 등 다양한 저서생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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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
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

[한겨레]

해파리를 잡아먹는 바다거북. 훨씬 다양한 동물이 해파리를 먹이로 삼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고기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해파리만 늘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비명이 터져 나오는 까닭은 해파리가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해파리는 몸의 95%가 물이다. 영양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파리만 먹고 사는 동물도 드물다. 해파리는 작은 물고기와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지만 늘어난 해파리를 먹을 포식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먹이그물은 순환을 멈추고 해파리만 끝없이 넘친다. 그런데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서해안 어부의 그물에 잔뜩 걸린 해파리. 한겨레 자료 사진.

그래미 헤이스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 생태학자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최근호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먹이로서 해파리의 중요성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까지 알려진 전문적인 해파리 포식자는 장수거북과 개복치다. 체중 450㎏인 장수거북은 하루에 해파리를 몸무게의 4분의 3인 330㎏이나 먹는다. 몸무게가 5000㎏에 이르는 대형 물고기인 개복치도 막대한 양의 해파리를 잡아먹는다. 이들의 덩치가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해파리의 칼로리가 워낙 작아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물고기를 한 입 먹으면 될 것을 해파리로는 30입을 먹어야 한다. 또 해파리가 대번성하는 곳은 따로 있어서 그런 행운과 마주치기까지 장수거북은 6개월 이상 굶기도 한다.

그러나 최신 기술을 이용한 연구결과 이런 전문적인 포식자 말고도 해파리를 먹는 동물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식자 신체 조직의 동위원소와 배설물·위 내용물의 디엔에이 분석, 포식자에 소형 카메라를 달아 촬영하기 등을 동원한 연구결과이다.

예를 들어, 해파리를 우발적으로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펭귄에 카메라를 매달아 촬영했더니 먹이의 42.4%가 해파리로 밝혀졌다. 대형 바닷새인 앨버트로스의 배설물 분석에서는 20%가 해파리였고, 유럽산 뱀장어의 위 내용물 디엔에이 분석에서는 놀랍게도 76%가 해파리에서 온 것이었다.

또 죽은 해파리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으면 해삼, 게, 새우 등 다양한 저서생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이 맞는 곳에서 해파리는 엄청난 양으로 증식한다. 예컨대 유럽의 배럴해파리는 한 마리의 무게가 30㎏에 이르지만, 수십㎞ 해역에 걸쳐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해파리는 엄청난 양의 ‘아직 먹지 않은 먹이’ 자원인 셈이다.

해파리를 먹는 다양한 포식자가 보고된 장소. 헤이스 외 (2018) ‘생태학과 진화 경향’ 제공.

해파리는 칼로리가 낮지만, 먹이로서의 이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양이 많고 어디에나 있으며 도망치지 않아 쉽게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가 낮지만 대부분 수분인 갓 부분을 떼어내고 생식선 등 핵심 부위만 먹으면 에너지 밀도를 몇 배 높일 수 있다. 열량이 아닌 콜라젠 등 유용물질도 많이 들어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특성에 비춰 볼 때 해파리는 쉽사리 집단이 붕괴하는 물고기와 달리 해양생태계의 안정된 기초 먹이로서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영양가 낮은 다른 먹이가 사라진 어려운 시기에 해파리가 해양생태계를 살리는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가장 흔한 생물의 하나인 해파리는 먹이그물에서 알려진 것보다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연구자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로 볼 때 해파리를 먹이사슬의 막다른 골목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해파리는 광범한 해양 포식자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먹는 중요한 먹이이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한편, 이처럼 해파리가 폭넓은 먹이가 된다면 해양동물이 해파리로 오인해 종종 섭취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태계 영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aeme C. Hays et al, A Paradigm Shift in the Trophic Importance of Jellyfish?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https://doi.org/10.1016/j.tree.2018.09.0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