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님, 고양이는 그런 동물이 아닙니다

박은지 입력 2018. 10. 11. 19:57 수정 2018. 10. 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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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약자들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 그는 떠올리지 못했을까

[오마이뉴스 글:박은지, 편집:박혜경]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고양이를 놓고 대전동물원 푸마 사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새끼 벵갈고양이를 데려왔다. 그는 철장 안에 갇힌 벵갈고양이를 한가운데에 놓아두고는 "이전에 사살된 퓨마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그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 이 작은 동물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정부는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보다 민첩하게 움직였다"고 지적하며 "그날 저녁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눈치 없는 퓨마가 탈출해 실검 1위를 장식해 전광석화처럼 사살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벵갈고양이는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한 일종의 '증인' 아니 '증묘'로서 데려온 것이었다.

'작은 동물'이니까 괜찮았을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행동을 보고 기가 찼을 것이다. 그가 무슨 주장을 하고 싶었든,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과연 그 자리에 꼭 고양이가 '입회'해야 했을까? 퓨마는 커다란 동물이라서 안되지만, 이 '자그마한 동물'은 보여주기 식으로 사람들 앞에 내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일까?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고양이가 산책을 하거나 집사와 함께 여행을 하지는 않는 동물이라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애견카페는 있는데, 왜 고양이를 데리고 모이는 애묘카페는 없을까. 왜 고양이는 한 장소에 머물러 있기는 해도 쉽게 '이동'하려 하지 않을까.

그게 고양이의 습성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장소 이동을 좀처럼 원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나 동물의 냄새를 맡는 것도 싫어한다.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기만 해도 많은 고양이들이 소파나 침대 밑으로 숨어버린다. 그게 방송에서 고양이를 촬영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설령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라고 해도, 대낮의 놀이공원 한복판에 사랑하는 고양이를 안고 온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의 애묘인들은 그가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낯선 사람과, 시커먼 카메라와, 생전 처음 보는 공간 한가운데 놓인 철창 안에 갇힌 고양이라니. 심지어 김진태 의원은 고양이를 이날의 '특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서 며칠 전에 고양이를 공수하여 돌봤다고 말했다. 나는 고양이가 그 며칠 동안 원래 있던 곳을 떠나서 또 얼마나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았을지에 대하여 생각했다. 고양이는 절대 낯선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자리 가운데서 증언할 수 없는 동물이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의 실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치인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한 컷으로도 알 수 있는 그 벵갈 고양이의 불안한 몸짓을 그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런 건 그가 고양이를 내세워 하려는 말에 비해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동물의 삶에 관여할 권리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이전에 한 드라마에서 토끼를 목욕시키는 장면이 나와 동물 단체의 비판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토끼는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굳이 물에 젖게 만들 이유가 없는 동물이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에 의한 목욕은 토끼를 극심한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후 제작진은 해당 장면에 대해 사과하고, 토끼는 제작진 중의 한 명이 키우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동물을 사람의 필요에 의해 사람의 방식대로 움직이려면 적어도 그들의 생존 방식에 대한 상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생명을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휘두를 권리가 없다. 하다못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과 올바른 관계 맺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는 방식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방식을 알지 않고 그들이 사람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낫다.

김진태 의원이 '퓨마 사살은 과잉 진압'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벵갈 고양이를 그 자리에 데려오지는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단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비난에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장치였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의 주변에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설명해줄 동물 애호가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와 주변인들이 그게 동물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인지 의구심을 품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층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불어 이제 궁금한 것은 그 벵갈 고양이를 그가 어디에서 데려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다. 그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무실에 모래 화장실이 하나쯤 갖춰져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그 고양이가 이제 곧 안정적인 자신만의 공간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집사를 만날 수 있게 될 예정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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