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치원감사①] 아이들에 쓰랬더니 명품 산 원장님

박소희 입력 2018. 10. 11. 20:12 수정 2018. 10. 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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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오늘 MBC 뉴스가 집중할 이슈는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원장 개인의 사업체로 전락한 우리나라 유치원의 민낯입니다.

지난주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 토론회 장면입니다.

사립 유치원 원장 수백 명이 몰려와서 왜 우리를 비리 집단으로 취급하느냐며 아수라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비리가 없다면 왜 저렇게까지 할까, 또 진짜 실태가 어떻기에 라는 궁금증만 키웠습니다.

그 실태를 알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유치원을 무작위로 감사했고, MBC 정치팀이 그 결과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먼저 유치원 돈을 이렇게까지 쓸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대한 박소희 기자의 보도부터 시작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의 환희 유치원입니다.

3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1월, 이 유치원 원장 김 모 씨를 파면했습니다.

교육당국이 사립 유치원 원장을 파면시킨 건 사상 처음입니다.

적발된 비리 종류만 13가지, 2년간 부정 사용한 6억 8천여만 원을 다시 내놓으라는 처분도 같이 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유치원 체크카드 사용 내역입니다.

루이비통 명품가방, 노래방, 미용실, 백화점 등 부적절한 지출이 무려 1,032건 5천여만 원.

원장 아파트 관리비, 벤츠 등 차량 3대 유지비와 숙박업소, 술집, 심지어 성인용품점 같은 곳에까지 쓴 돈도 7천만 원이나 됩니다.

원장 월급은 천 만원이 훌쩍 넘는데 월급을 한 달에 두 번씩 받거나 각종 수당까지 챙겨 2년 동안 무려 4억 원이나 가져갔습니다.

여기에 큰아들과 둘째 아들을 사무직원으로 채용하고선 월급 말고도 3천만 원 가까이를 더 줬습니다.

또 장부상으로 무려 727명에게 1억 9천여만 원의 수업료를 면제해 줬는데, 감사 당국은 다른 계좌로 입금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조사 권한이 제한돼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모든 유치원은 법에 따라 운영자가 월급 외에 어떤 수익도 가져가선 안 되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정부가 이 유치원에 2년간 누리과정비로 지원한 돈은 25억 원, 그런데 이중 7억 원 가까이가 이렇게 원장 일가의 주머니 등으로 줄줄 새나간 겁니다.

이곳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오산 예인유치원.

유치원비를 기준보다 더 많이 인상해놓고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는 계좌로 몰래 입금받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이 금액만 2억 7천5백여만 원인데, 학부모들에게 돌려주라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설립자가 영양사 업무는 하지도 않으면서, 사무실장과 영양사 2가지 자격으로 2중 월급을 받은 성남 서판교유치원.

정작 매일 사야 하는 식자재를 1주일에 한 번만 사고, 급식 보조금은 인건비로 돌려썼습니다.

MBC는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4년 이후 유치원 감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비위 사실이 적발된 유치원은 1,146곳.

적발된 유치원 중 공립은 단 61곳뿐이고 95%인 1,085개가 사립유치원입니다.

사립유치원 4곳 중 1곳은 지난 5년간 한 번씩은 감사에 적발된 셈입니다.

적발 유치원에 내려진 처분은 파면·해임이 각각 1건씩 2건.

정직 등 중징계가 26건 감봉·견책 등 경징계는 23건입니다.

나머지는 경고나 주의를 받았습니다.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 유치원 이름과 적발내용 등 상세정보는 MBC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박소희 기자 (so2@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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