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동의 없는데 20일 뒤 시행된다는 對北 정찰 제한

입력 2018. 10. 1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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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기 합참의장이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맺은 평양 남북 군사 합의로 인해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 말을 납득하기 힘들다. 남북 군사 합의로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10~40㎞ 이내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이 구역에서 공중 정찰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휴전선 부근에 100만이 넘는 병력과 1100여문의 장사정포 등 화력 대부분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런 북한군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위해 우리 군은 무인 정찰기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탐지 거리가 10~20㎞여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기존의 RF-16 정찰기 등의 탐지 거리도 제한을 받게 됐다. 이 정보 없이는 정밀 타격 무기 체계들도 소용이 없다. 침략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최우선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이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군은 "한·미 공조 아래 원거리 정찰 자산,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 인공위성 등을 중첩 운용해 북을 감시하고 있어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군은 무엇 하러 필요도 없는 정찰을 해왔으며 왜 엄청난 세금을 들여 정찰기를 사들였나. 미군이 운용하는 U-2 등 정찰기와 정찰 위성은 북한 후방 지역의 핵 시설 등 감시가 주 임무다. 우리 군이 군단급 이하 부대에 자체 무인기 도입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설령 미군 정찰 자산을 전방 지역 감시에 투입한다 해도 24시간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건 불가능하다. 전·후방 정찰 능력 모두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군 정찰 자산의 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철수를 쉽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미군은 비행금지구역 확대에 지금까지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만약 한·미 동맹 균열이 일어나면 국군은 눈 없이 싸울 수 있나.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는 것인가.

세계 역사의 모든 군비 통제는 상대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때만 성공했다. 그러려면 상호 감시·정찰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번 군사 합의는 거꾸로 정찰 역량을 제한했다. 이런 남북 군사 합의가 다음 달 1일부터 실제 실시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은 최악의 경우 정치 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군사 합의는 즉각 우리 안보 대비 태세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국군 안에서도 걱정하는 군인이 없을 리 없지만 모두 입을 닫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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