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천년고도 경주..알고 보니 '기초생활시설 사각지대'

김종훈 선임기자 2018. 10.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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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응급병원·보육·노인복지시설 등SOC ‘10분 내 이용’ 지역별 평가서울·수도권 등 10점에 8점 이상경주·춘천 등 4점 미만 도시 ‘43%’강원·경북 취약…균형개발 시급

행정수도 세종시의 기초생활SOC(사회기반시설) 접근성은 10점 만점에 3.11점, 제주시는 2.60점, 경주시는 1.50점, 춘천시는 1.24점.

국토연구원 국토정보연구본부가 12일 ‘기초생활SOC(이하 생활SOC) 10분 내에 이용 가능한가’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를 보면 세종시의 생활SOC 접근성은 낙제점에 가깝다. 강원 도청 소재지 춘천, ‘천년고도’ 경주,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는 이보다 더해 ‘살기 불편한 동네’였다. 넓은 관할지역, 관광지, 역사도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 완화’ ‘국토 균형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 삶의 질 접근, 첫 생활SOC 분석

생활SOC란 국민이 태어나서 먹고, 자라고, 일하고, 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다. 국토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보육(어린이집·유치원) △노인복지(복지관·휴양소 등, 경로당 제외) △응급의료시설(응급의료병원·종합병원) △일반병원(병·의원) △보건시설(보건소·보건지소) △공공도서관(국립 및 공공도서관) △공공체육시설 △공원시설(도시공원) △문화시설(박물관·미술관·문예회관·문화원·주민센터) △교통시설(공공주차장) 등 10개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시설들이 잘 갖춰진 곳을 ‘살기 좋은 삶터’로 정의했다. 그리고 전국을 가로·세로 500m 격자로 잘랐다. 그런 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거주지로부터 10개 유형의 시설을 10분 내에 이용할 수 있는지(시 단위는 3㎞, 군 단위는 5㎞) 분석했다. 이용할 수 있으면 유형별로 1점을, 그렇지 못하면 0점을 줘 10점 만점의 지역별 성적표를 만들었다.

분석 결과, 전국 거주지의 20.9%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 66만4000명은 10분 내에 생활SOC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접근성 격차가 컸고, 지역별로는 강원과 경북이 가장 취약했다. 강원 삼척시는 면적의 75%가 생활SOC까지 10분 내에 도달하기 불가능했다.

생활SOC 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시설 접근성은 평균 5.2㎞로 비교적 가까웠으나, 최대 31㎞나 멀리 떨어진 지역도 있었다. 0~7세인 영유아 인구의 81%는 걸어서 500m 이내에 보육시설 이용이 가능했으나 1.8%는 2.5㎞ 이상을 이동해야 했다.

■ 10곳 중 4곳이 2점 이하

10점 만점의 지역별 성적표에선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 20개 시·군·구, 인천 7개구 등 수도권 52곳을 포함한 79곳이 8점 이상~10점을 받았다. 분석 대상 252개 시·군·구 중 31.3%였다. 주로 대도시와 그 주변 도시들이다.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 경기 과천시 등 27곳은 6점 이상~8점 미만이었고, 대구 달성군과 동구,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중구 등 37곳은 4점 이상~6점 미만이었다.

4점 미만의 도시들은 252개 시·군·구의 43.3%인 109곳이나 됐다. 경북 경주시, 강원 강릉·춘천시 등 일부 도청 소재지는 물론 유명 관광지들이 2점 미만으로 ‘살기 불편한 동네’였다. 세종시도 3.11점으로 ‘좋은 삶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 낯부끄러운 천년고도와 행정수도

제주시와 경주시에는 노인복지관 등 노인복지시설이 각각 1곳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각 거주지에서 평균 21.38㎞, 17.81㎞를 이동해야 이용이 가능했다. 제주시에는 응급의료시설이 10곳 있다. 하지만 제주시민이 이곳을 이용하려면 평균 18.67㎞를 차량으로 달려야 한다. 25만2781명이 살고 있는 경주시 인구의 8.2%는 차량을 이용해도 10분 내에 생활SOC 10개 시설 중 어느 곳도 이용할 수가 없다. 응급의료시설도 2곳뿐이며 거주지와의 평균 거리는 18.40㎞에 달했다.

세종시도 응급의료시설이나 종합병원이 단 1곳으로 평균 11.65㎞를 이동해야 이용이 가능했다. 2곳뿐인 노인복지시설도 차를 타고 평균 10.74㎞를 이동해야 했다. 강원도 도청 소재지 춘천시 인구 27만6330명 중 2.7%인 7478명은 차량으로 10분을 이동해도 누릴 수 있는 생활SOC가 전혀 없었다. 종합병원까지 가려면 평균 19.27㎞를 이동해야 했다.

◆“인구 줄고 수요 적은 도시 근교·농촌에 ‘스마트 SOC’ 구축해야”

임은선 국토정보연구본부장

세종시와 강원 춘천시, 경북 경주시, 제주시 등에 기초생활SOC(생활SOC)가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임은선 국토연구원 국토정보연구본부장(사진)은 12일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4개 도시는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행정단위로 묶은 지역”이라며 “통합할 때는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잘살아 도농 간 균형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으나 통합 과정에서 당시 시 지역과 군 지역의 정주체계(중심지, 주택지, 도로망, 산업공간 등)가 기능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SOC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설인데,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 근교나 농촌지역은 서비스할 곳(수요)이 없어 공급 자체가 어렵다”며 “저출산,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쇠퇴로 인해 생활SOC 신규 투자를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생활SOC를 자치단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기관 및 부처에서 공급 및 관리하다보니 조화로운 공간구조나 생활권을 형성하는 융합 정책의 발굴과 적용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찾아가는 서비스·지역 간 공유 등 정부·지자체 연계 융합 대책 필요

임 본부장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며 “이를 통해 국토 차원의 불균형(수도권·비수도권) 개선뿐 아니라 지역 내 불균형(원도심·신도심, 도시지역·농촌지역) 해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활SOC 취약지구에 대해서는 ‘맞춤형 공급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생활SOC 취약지역에 ‘찾아가는 서비스’ ‘지역 간 생활SOC 공유’ ‘스마트 SOC 확대’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 우선의 스마트 SOC 확대를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원격진료, 온라인 복지시스템, 찾아가는 공공서비스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스마트시티 건설을 도시보다는 농촌지역에 우선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장기적으로는 잘사는 도시·농촌을 위한 연계 생활권 및 정책 단위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국토의 지속가능 발전 차원에서 정책의 단위를 기초생활권·경제활동권·광역권 등으로 나눠 정부 각 부처가 협력 및 융합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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