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볼턴 "트럼프는 외교 환상 없다", 우리는 자주론·동맹론 충돌

정효식 2018. 10. 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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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 '5·24 해제' 국감
조윤제 "한·미 실시간 공조, 美 남북군사합의 긍정적"
김무성 "트럼프 미군철수 카드 우려, 동맹균열 없어야"
송영길 "자주적으로 가르칠 건 가르쳐야 진정한 동맹"
조윤제 주미 대사가 12일 국회 외교통일위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에서 "미국 측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과정이며 대체로 긍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워싱턴 방송촬영기자단]
서울에서 5ㆍ24 조치 해제 논란으로 한ㆍ미동맹 균열을 노출한 정부ㆍ여당과 야당은 워싱턴에선 자주론과 동맹론으로 충돌했다. 12일(현지시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외교에 환상이 없다"고 한 당일 우리끼리 국회 외교통일위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벌인 일이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 체제보장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맹 균열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 방송촬영기자단]


김무성의 동맹론 "文정부 줄기찬 제재 완화 요구, 美 신뢰 잃어"
시작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5ㆍ24 해제는 물론 9ㆍ19 남북 군사합의, 주한미군 철수 우려를 조목조목 제기하면서 동맹론을 강조하면서 했다.

김 의원은 “북핵 폐기에 한ㆍ미가 전략을 같이 해야 하는 데 전략이 다르다는 게 문제”며 “미국은 압박 전략인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경제위기를 벗어나 신뢰가 쌓여야 핵을 폐기할 것이라며 줄기차게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이해찬) 대표가 5ㆍ24 해제를 요구하고, (강경화) 외교장관은 검토 발언을 했다가 취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이나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한국이 과속한다는 항의가 없었느냐”고 묻자 조윤제 대사가 “미국 측이 그런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9ㆍ19 정상회담 이틀 전) 남북 군사합의서에 DMZ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는데 강경화 장관이 ‘모른다’고 하자 알면서 모른다고 한다고 화를 냈다고 들었다”며 “강 장관은 (실제) 합의 내용을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남북 군사합의서가 주한미군과 유엔사가 왜 있느냐는 존재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주한미군의 눈(항공정찰)을 빼버린 것”이라며 “청와대 몇 명이 주도해 덜컥 합의하고 미국이 딴지를 건다는 식이어서 미국의 신뢰도 잃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도 우리가 중간선거 전에 열라고 요청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바빠서 못한다고 공개 거절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특히 주한미군 철수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미군 철수며 살라미 전술로 수십 년째 이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통적 동맹주의자가 아니다. 언제든 북한 체제 보장에 필요하다면 축소와 철수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 미국은 지미 카터뿐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아버지 부시 때도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내내 한·미관계 균열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다.”


조 대사 "트럼프 '승인', 안보리 이사국으로 제재완화 없다는 뜻"
이에 조윤제 주미 대사는 5·24 해제 논란에 “한ㆍ미 공조와 소통은 실시간으로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발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해석한 셈이다. 남북 군사합의도 “최근 검토 의견을 마치는 과정이며 대체로 긍정적인 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시기에 철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의회와 행정부는 계속 주둔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감에서 "미 국무부 담당자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가르칠 건 가르치고 해야 문재인 시대의 한미 동맹"이라고 말했다.[워싱턴 방송촬영기자단]


송영길의 자주론 "외국군주둔 비정상, 전작권환수·자주국방 추진"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 의원이 대신 김무성 의원의 상대로 나섰다.

송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하지만,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평택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시설의 미군기지를 만들어 중동에 파견할 부대를 훈련한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자국에 외국군이 있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며 “자주국방을 추진하고 전시작전권도 빨리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DP의 45배인 우리가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송 의원은 “미국이 올마이티(almighty), 전지전능한 것처럼 의견이 다르면 균열로 생각하는 건 문재인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자주론을 강조했다.

“빅터 차 교수나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나 여기 어떤 한반도 전문가보다 우리가 더 전문가라는 생각을 갖고 미국이 우리와 견해가 다를 때는 자주적으로 설득하고, 국무부 한반도 담당자도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자주적인 자세를 견지할 때 진정한 의미의 한미동맹이 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공개 선언한 만큼 한·미가 역할을 분담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조 대사가 “맞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치자 김무성 의원이 “그렇게 대답하면 내가 할 말이 더 있는 데”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송 의원은 제재 완화론도 폈다. “2박 3일간 평양을 가서 확실히 비핵화로 갈 의지가 있는 걸 확인했다”며 “핵실험을 중단했는데 아무것도 풀어주지 않으면 비핵화를 촉진하기 어렵다. 이런 말을 하면 북한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제재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2박 3일 북한에 가보니 여명거리, 신과학자거리는 홍콩ㆍ싱가포르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고층 빌딩 올라가 있더라”며 “핵무기 개발로 재래식 군비를 절감해 경제건설로 돌렸기 때문에 제재를 버티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게 미국 전문가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볼턴 "군사·경제적 압박이 김정은 불러내, 두어 달내 2차 회담"
같은 날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부문의 최대한 압박 캠페인과 잠재적인 대북 군사력 동원(옵션)의 조합이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휴 휴이트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나까지 (대북 외교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은 앞으로 두어 달 안에 언젠가 열릴 것”이라며 연말이나 경우에 따라선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트럼프 행정부와 아랑곳없이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 자주파와 동맹파의 해묵은 논란을 재연한 건 또 한 번의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애초 5·24 논란의 원인 제공자가 강경화 외교장관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강 장관의 5·24 해제 발언이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를 다 까먹었다"며 "남북 경협의 제재 면제를 받긴 더 어렵게 됐고 한·미 균열이 심각하다는 것만 세계에 알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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