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60% 눈앞.."핵융합실용화 인류운명 가를 것"

송경은 기자 2018. 10.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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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르포 
자원고갈 우려 없는 새 에너지원으로 주목
2040년엔 핵융합발전소 실증로 ‘DEMO’도

韓, ‘핵융합로의 꽃’ 진공용기 첫 조각 완성
中, 핵융합 연구 후속세대 1만 명 양성 목표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카다라쉬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을 찾았다. 지름 28m, 높이 24m의 초대형 핵융합로(토카막)가 들어설 본관의 내부 모습이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이달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동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카다라쉬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언론인들로 북적거렸다.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차에서 내려 십여 분을 걸어 들어가자 축구장 60개 규모(42만㎡)의 거대한 건설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체 저장탱크를 지나 들어선 본관에서는 지름 28m, 높이 24m의 초대형 핵융합로가 설치될 구조물 건설이 한창이다. 층마다 원형의 둘레를 따라 각종 실험기기와 진단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통로가 나 있는 모습은 고대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다.

전 세계 에너지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기후변화 대응 강화 등으로 더 이상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게 됐다. 태양광, 풍력 등으로 전력을 얻는 신재생에너지나 유해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천연가스로 시선을 돌리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인 것은 마찬가지다.

ITER는 무한한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중심의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전력을 얻는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장치다.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이유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2007년부터 공동 건설 중이다. 현물을 포함한 사업 예산은 EU가 45.46%, 나머지 6개국이 각각 9.09%씩 분담한다.

버나드 비고 ITER 사무총장도 이날 ITER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기존 에너지원들이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며 “핵융합에너지는 미래 에너지의 주요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부 입구.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ITER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러시아,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 7개국이 공동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전체 공정률 57.4% 달성…2025년 첫 플라즈마 발생 가능할 듯

핵융합은 수소(H)나 헬륨(He)같이 가벼운 두 원자핵이 충돌해 에너지를 방출하며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반응이다. 태양 중심에선 주로 수소 원자핵 2개가 만나 헬륨 1개가 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발전은 이때 나오는 고에너지 중성자의 열을 이용해 발생시킨 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ITER는 온도 대비 반응 효율이 높은 중수소(D)와 삼중수소(T) 간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같은 토카막 방식의 초전도핵융합로를 활용한 핵융합에너지 발전 원리. 플라즈마 상태의 중수소(D)와 삼중수소(T)가 충돌해 헬륨(He)이 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고에너지 중성자가 방출된다. 핵융합 발전은 이런 중성자의 열을 이용해 증기로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 자료: 국가핵융합연구소

태양은 강한 중력으로 수많은 입자들을 중심에 잡아두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매우 잘 일어난다. 반면 그보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자연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ITER는 중력 대신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에 입자를 가두고 온도를 높여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이런 방식의 핵융합장치가 토카막(러시아말로 ‘자기장 방’이란 뜻)이다.  ITER는 토카막을 이용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태양 중심에서처럼 플라즈마(고온·고압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에서 계속 반응하며 전력 생산에 충분한 열에너지를 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ITER에 건물 한채만 한 역대 최대 규모의 토카막이 들어가는 이유다. ITER 토카막의 전체 무게는 2만3000t으로 에펠탑 3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소비전력 대비 10배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증폭률(Q)=10’ 수준의 열출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주는 터빈 발전기는 화력 발전, 원자력 발전 등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해온 기술이므로 ITER에는 설치되지 않는다.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카다라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부에서 만난 이경수 ITER 사무차장이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뒷편은 ITER 건설 현장이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ITER 국제기구는 지난 2016년 첫 플라즈마 발생 시기를 2020년에서 5년 연기했다. 2025년까지 핵융합로 핵심 시설을 완성해 첫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2035년 완공해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올해 8월 말에는 전체 공정률 57.4%를 넘어섰다. 현재는 월평균 0.7%씩 완성돼가고 있다.

이경수 ITER 사무차장(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초반에는 문화적 차이와 기술적 난관 등으로 일정이 잘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모든 공정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2025년 첫 플라즈마 발생까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8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관 건설 현장. 가운데 원통형 건물이 핵융합로(토카막)가 설치될 공간이다. 그 뒤쪽의 높은 건물이 메인 조립동이다. - ITER 국제본부 제공

● 진공용기 정밀 조립장비, 고성능 변압기 등 핵심기술 선도하는 한국

핵융합로 구조물 건설 부지 바로 옆에는 천장 높이가 60m에 이르는 메인 조립동이 있었다. 양형렬 ITER 토카막조립팀장은 “일정한 단위로 조립된 여러 부품을 최종적으로 결합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ITER는 장치의 덩치가 큰 만큼 100만 여 개의 크고 작은 부품들을 레고블록처럼 차곡차곡 결합해 만든다. 양 팀장은 “부품들 대부분이 수백 t 이상으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라며 “그러면서도 ITER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해선 안 되는,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인공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양형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토카막조립팀장이 프랑스 카다라쉬 ITER 건설 현장에서 주요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은 진공용기를 감싸는 대형 초전도 코일이다. 최대 직경이 22m인 이 같은 원형 코일은 총 6개가 설치된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국은 ITER와 같은 방식의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를 통해 얻은 경험과 기술력 덕분에 ITER 프로젝트에서 초전도 도체와 진공용기, 블랭킷(중성자·열 차폐물 및 삼중수소 증식재), 조립장비, 전원공급장치 등 핵심장치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KSTAR는 핵융합연이 독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전도핵융합장치로, 한국 연구진은 2008년 첫 플라즈마를 성공적으로 발생시킨 이래로 세계 핵융합 연구의 판도를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현곤 ITER 한국사업단 기술본부장은 “ITER 사업은 설계부터 제조 공정,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KSTAR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KSTAR는 ITER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ITER의 크기는 KSTAR의 30배에 이른다.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처음 우리가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를 개발한다고 했을 땐 다들 비아냥거리고 무시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KSTAR를 ITER의 프로토타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한국은 회원국 최초로 ITER 장치의 진공용기를 구성하는 세그먼트(블록)를 완성했다. 진공용기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 조건을 만들어 주고, 중성자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차폐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공간인 만큼 ‘핵융합로의 꽃’으로도 불린다. 한국은 9개의 진공용기 섹터 중 4개를 제작한다. 정 단장은 “처음엔 EU가 7개 섹터를 제작하기로 했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서 앞서 간 한국에 2개 섹터에 대한 제작을 추가로 요청했다”며 “사업 분담금이 가장 높은 EU가 다른 회원국에 할당량을 넘기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진공용기 제조는 현대중공업이 전담하고 있다.

핵융합로 진공용기 조립장비. 한국이 개발해 최근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부에 설치됐다. 거대 중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오차범위 2㎜ 이하의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조립동 가장 안쪽에는 철탑처럼 생긴 장비가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친 채 서 있었다. 높이 22m, 폭 20m에 이르는 이 장비는 한국의 SFA가 제작했다. 거대 중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오차 범위 2㎜ 이하의 매우 정밀한 기계 제어가 가능해 회원국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체 진공용기는 오는 2021년 완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국의 효성 그룹이 제작한 세계 최고 성능의 변압기 2대가 ITER 전원빌딩에 설치됐다. 이 본부장은 “변압기는 장시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이곳에는 총 32대의 변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중 18대를 한국이 조달한다.

한국이 개발, 제작한 세계 최고성능의 변압기가 프랑스 카다라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으로 수송되고 있는 모습. -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 대동강물 파는 사기 오해…수소 3.5g으로 석탄 20t에 맞먹는 전력 생산 가능

핵융합에너지 개발에는 기술 검증에만 수십 년 이상 소요된다. 언제 완성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핵융합에너지 연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양산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국내 과학계에는 ‘대동강물을 장사했던 봉이 김선달’처럼 핵융합에너지가 과학계의 대표적 사기극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이들도 있다. ITER 건설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ITER가 해마다 프레스데이를 여는 이유도 오해를 불식하고 각국의 납세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프레스데이 역시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보다는 핵융합에너지의 개념과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는 데 그쳤다. 버나드 비고 ITER 사무총장은 핵융합 발전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2050년대에 누군가 반드시 상용화 하리라 믿지만, 지금 단계에서 실제로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버나드 비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이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카다라쉬 ITER 본부에서 열린 2018 프레스 데이 발표 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카다라쉬=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각국 과학자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핵융합에너지가 실현되면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핵융합에너지는 지하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연료가 되는 중수소는 지구 표면의 70%를 뒤덮고 있는 바닷물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다. 바닷물 35L이면 중수소 1g을 공급할 수 있다. ITER 프로젝트에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삼중수소를 중성자와 리튬(Li)을 충돌시켜 만드는 과제도 포함돼 있다. 

중수소 1g과 삼중수소 1.5g이면 석탄 20t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한 가정이 8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기체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하지 않고, 원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통해 얻은 플라즈마 기술은 태양풍으로 추진력을 얻는 우주선인 ‘우주 돛단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밀도 개선, 친환경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있다. 이 차장은 “인류가 1000년 이후에도 지구에 생존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에너지 문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료: 국가핵융합연구소

● 2040년부터는 핵융합 반응부터 전기 생산까지 실증

ITER 프로젝트는 상용 수준의 전기를 실제로 생산하는 핵융합실증로(DEMO·데모) 구축과 나아가 2050년대 핵융합발전소 상용화를 위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비고 총장은 “ITER는 어디까지나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실험장치일 뿐 전기를 생산하지는 않는다”며 “DEMO는 ITER의 각종 실험용 장치들 대신 터빈 발전기를 갖춘 상용 핵융합발전소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 반응부터 전기 생산에 이르기까지 핵융합발전소 운영의 전 과정을 실증한다는 것이다.

DEMO의 목표 에너지증폭률(Q)은 40~50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비슷하고 ITER(Q=10)보다는 4~5배 높게 설계됐다. 규모는 ITER와 비슷하거나 약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비고 사무총장은 “성능 개선과 장치 최적화를 거치면 ITER의 1.5~2배 크기만 돼도 충분히 목표치 이상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무조건 규모가 크다고 전력 생산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장치가 너무 커지면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ITER 국제기구·한국사업단

DEMO는 ITER와 달리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게 기본 계획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30년대부터 DEMO를 건설해 ITER 운영이 끝나는 2040년경부터 실증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제3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2017~2021)’에 따라 ‘한국형핵융합실증로(K-DEMO)’ 구축을 위한 장치 설계 등 초기 연구를 하고 있다. 다만 정 단장은 “ITER 운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각국의 DEMO 건설 계획이 결정될 것”이라며 “규모가 큰 만큼 2~3개 인근 국가 단위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최대 관건은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1억~2억5000만도 수준의 고성능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이 본부장은 “태양은 중력으로 수많은 입자들을 중심에 가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1000만도에서도 충돌 수가 많아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난다”며 “반면 ITER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입자 수를 늘리기 어려워 태양보다 훨씬 높은 반응 온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높여 충돌 횟수와 핵융합 반응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가 1초 이상 유지된 사례는 없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토카막 내부 상상도. 실제로는 도넛 모양의 밀폐된 진공용기에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들이 갇힌다. 고에너지 중성자를 충돌시켜 열을 내는 중성입자빔가열장치(NBI) 등으로 플라즈마를 평균 1억5000만 ℃까지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 자료: ITER 국제본부

● 젊은 인재 키워 무섭게 뒤쫓는 중국…“20~30년 뒤엔 주도권 뺏길 수도”

아직까지 중국은 기술력 면에서 한국보다 뒤쳐져 있긴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늘어난 전력 수요와 대기오염,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원자력과 핵융합 연구개발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핵융합에너지 연구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10억 위안(약 1634억 원)에 이른다. ITER 프로젝트와 별도로 중국핵융합공정실험로(CFETR) 건설도 추진 중이다. CFETR을 거쳐 2030년경 건설 예정인 자국의 핵융합실증로(DEMO) 성공률을 높이고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중국은 최근 ‘핵융합에너지 전문가 1만 명 양성’을 내세우며 풍부한 인적자원을 토대로 ITER에서의 영향력도 늘려 나가고 있다. ITER 연구인력은 국제기구가 독립적으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하는데, 국가별 정원(T.O)은 각국의 사업 분담금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과 중국의 분담금은 9.1%로 동일하다. 하지만 올해 8월을 기준으로 ITER 연구인력 857명 중 중국인은 78명(9.1%)인 반면 한국은 절반에 못 미치는 33명만 파견된 상태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한국의 경우 ITER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연구자들은 많지만 후속세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20~30년 뒤에는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KSTAR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연구자들이 파견되는데 연구소에서 키울 수 있는 인력 규모가 제한돼 있어 ITER 파견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유 소장은 “10명을 키워 10명을 다 합격시켜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는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버나드 비고 ITER 사무총장도 “핵융합 발전의 성공 여부는 인적 자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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