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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인공태양이 뜬다..반환점 지난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

입력 2018.10.14. 12:26 수정 2018.10.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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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다라슈 현장을 가다]
태양 핵융합 본뜬 차세대 발전기
2만3000t 사상 최대 공학구조물
한국 등 7개국 참여..공정률 57%
7년 뒤 첫 플라스마 생성이 목표
경험있는 한국, 토카막 건설 주도

중수소·삼중수소 쓰는 '영구엔진'
타당성 입증 뒤 2035년 실증로 구축

[한겨레]

프랑스 남부 도시 카다라슈에 건설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전경. 맨 앞이 핵심부분인 토카막 건설현장. 이터 제공

“인류는 일찍이 이렇게 큰 공학적 구조물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카다라슈저수지 인근 180㏊(54만평) 부지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본부 사무실에서 지난 11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이경수 이터 사무차장(기술총괄)은 “핵융합은 지식 에너지다.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일반 물질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인류의 문명이 몇 십년, 몇 백년이 아니라 다시 2천년을 건너갈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10년 전 가동에 성공한 한국의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케이스타·KSTAR) 건설의 주역인 이 사무차장은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트가 정적 폼페이우스한테 쫓겨 지나가며 군사 기지를 구축했던 이래 2천년 만에 이곳 카다라슈가 프랑스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곳이 됐다”고 열띤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경수 이터 사무차장

이터는 한국을 비롯한 유럽연합·미국·러시아·중국·일본·인도 등 7개 국가가 공동투자해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원자로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2025년 첫 플라스마 시험 발생을 목표로 한 2만3천톤짜리 거대 장치는 올해 8월 현재 5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핵융합은 핵분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의 반대 원리로,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태양은 엄청난 중력으로 수소를 끌어모으고 중심온도 1500만도 환경에서 수소가 핵과 전자로 분리되는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 수소 핵끼리 융합하도록 해 49억년 동안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핵융합로는 인공으로 수소를 핵융합해 이때 생기는 중성자의 높은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고, 이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다. 원료로는 바닷물에 들어 있는 중수소와 인공으로 만든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중수소는 바닷물 1ℓ당 0.03g이 들어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만든다. 리튬 역시 바닷물에 1500만년 분량이 들어 있어, ‘인공태양’의 원료는 사실상 무한하다.

이터 토카막 건설 현장.

지구의 중력은 태양에 비해 너무 작아 수소를 모아둘 수 없다. 플라스마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고진공 상태에서 1억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야 한다. 또 수소 핵끼리 부닥쳐 합쳐지도록 하려면 자기력선 그물망을 만들어 자유분방한 플라스마를 가둬야 한다.

이터는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한 초전도자석과 진공용기로 이뤄져 있다. 초전도자석을 만들기 위한 냉각장치, 냉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저온용기, 플라스마 가열장치 등의 부대시설도 필요하다. 이터 현장에서는 이들 장치의 제작과 조립이 한창이었다. 각종 장치는 이터 회원국들이 나눠 제작하고 있다. 한국도 진공용기, 초전도체, 조립장비 등 10개 품목을 맡았다. 이 가운데 핵심부품인 진공용기는 9개 조각(섹터)으로 나눠 제작하는데 한국은 애초 2개를 수주했다가 이터 본부 요청으로 2개를 추가로 담당하기로 했다. 정기정 이터한국사업단 단장은 “케이스타를 건설해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제작하고 있는 6번 섹터의 공정률은 84%로 가장 앞서고 있다. 워낙 장치가 커 각 섹터는 다시 4개 작은 조각(세그먼트)으로 나눠 만든다. 6번 섹터의 4개 세크먼트 가운데 1개는 이미 이터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진공용기에 진단장치나 가열장치 등을 부착하는 통로인 18개의 ‘어퍼 포트’ 가운데 처음으로 납품된 것도 러시아가 제작하고 한국이 검수를 맡은 것이다. 각종 장비를 결합하기 위한 높이 45m의 거대한 조립타워도 한국 태경중공업이 만들어 조립동에 설치했다.

조립동 옆 토카막 빌딩에는 진공용기와 초전도자석을 비롯한 각종 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로마제국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처럼 우뚝 세워져 있었다. 핵융합실험로 조립을 총괄하고 있는 양형렬 이터조립사업부 팀장은 “이곳에서 쓰는 단위는 밀리미터와 톤 두 가지다. 수백, 수천톤짜리 구조물들을 결합하는 데 1~2㎜의 정밀도로 정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립장치에 450톤에 이르는 진공용기 섹터 1개를 메주처럼 공중에 매달고 그곳에 310톤짜리 초전도자석 수평코일(토로이달코일) 2개를 감싸듯 결합한다. 그 사이에는 50~60톤에 이르는 열차폐체를 끼워넣어야 한다. 합하면 모두 1200톤에 이르지만 결합할 때 오차는 2㎜를 넘어서는 안된다.

극한의 단위는 다른 곳에서도 쓰이고 있다. 냉각동에서는 헬륨을 절대온도 4.2도(섭씨 영하 268.8도)까지 냉각시키는 장치가 구축되고 있었다. 냉각된 헬륨은 가느다란 파이프를 통해 초전도자석에 흘려보내져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초전도자석과의 거리가 불과 6.2m인 진공용기 중심부 온도는 1억~2억도에 이른다.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터 사업은 198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에 이터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출범했다. 2005년 프랑스 토카막시설이 설치된 원자력청(CEA)이 위치한 카다라슈에서 부지를 구하고 2007년 건설을 시작했다. 건설비용에만 17조원이 들어간다. 회원국들이 현물과 현금으로 부담한다. 세계금융위기 등으로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베르나르 비고 이터 사무총장은 “진공용기 입고, 토카막 빌딩 건설 등 주요한 일정표가 한달에 2만5천여개에 이르는데, 이런 일정을 지키는 것이 회원국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하다. 현재 진행 상황으로 보아 2025년 첫 플라스마 달성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비고 이터 사무총장

이터의 목표는 플라스마를 400초 이상 유지시키는 것이다. 케이스타는 300초를 목표로, 현재 72초까지 달성한 상태다. 플라스마를 수백초 동안 유지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수십년 동안 꺼지지 않는 ‘인공태양’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하지만 이터의 성공이 핵융합 발전기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발전을 위한 장치를 장착한 실증로(데모)를 지어 검증을 마친 뒤에야 실제 전기를 생산·보급하는 상용로를 구축할 수 있다. 비고 사무총장은 “이터는 전기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용 프로토타입이다. 미래의 산업화 프로토타입(실증로)은 이터보다 성능이 4~5배 높아져도 크기는 그만큼 커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카막 초전도자석에 공급될 헬륨 냉각 시설. 헬륨을 압축한 뒤 단열팽창시켜 절대온도 4도(섭씨 영하 269도)까지 냉각시켜 초전도코일에 공급한다.

실증로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하나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와 중성자에 의한 구조물의 방사화이다. 한국의 케이스타는 중수소만을 사용해 플라스마를 발생시키지만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함께 쓸 계획인 이터는 방사선 시설에 준하는 사전 허가와 절차가 필요하다. 이터는 실험로 가동 후반기인 2035년께 삼중수소를 사용할 계획이다. 중성자를 맞은 구조물(블랑켓)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된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다르다. 이현곤 이터한국사업단 본부장은 “삼중수소를 절대적으로 계산하고 추적관리하는 것이 프랑스 원자력기구의 가장 중요한 지시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카다라슈(프랑스)/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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