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비싸다? 쌀값 인상은 북한 원조 때문? [팩트인뉴스]

이창훈 2018. 10.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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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18만5280원. 이달 초 쌀 한 가미(80㎏) 가격이다. 지난해 수확기 쌀 가격 15만4603원과 비교하면 1.2배가량 올랐다. 쌀 생산량은 매년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데 왜 쌀 가격이 올해 들어 급격히 올랐을까. 일부에서는 해외원조와 대북 쌀 지원이 쌀값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단체들은 쌀값 인상은 폭등이 아니라 정상화라며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24만원 수준이 적정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쌀값 인상은 북한 원조 때문이다”→전혀 사실 아님
쌀값이 가파르게 인상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정부에서 북한에 쌀을 원조하는 바람에 비축 물량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 보수성향 1인 방송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쌀을 원조한 정황과 선적 루트를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대북 지원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폐기를 연계하는 정책을 펴면서 식량 지원을 중단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산 쌀과 외국산 쌀 265만t을 북한에 차관방식이나 무상으로 지원했지만 2008년 이후 대북 쌀 지원은 더는 이뤄지지 않았다.

쌀값 인상은 정부의 강력한 수급 관리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공공비축미 35만t과 시장격리 37만t을 합해 총 전체 쌀 생산량(397만2000t) 중 18%(72만t)의 쌀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산 수확기 쌀값이 12만9711원으로 20년 전보다 더 낮아지면서 쌀 직불금 규모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격리(수매해 창고에 저장하는 것)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올해도 35만t을 추가로 매입했다. 덕분에 쌀값은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해서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쌀값 폭등은 사실 아니야”→절반의 사실
가파른 쌀값 인상으로 ‘쌀값 폭등’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농민 단체들은 ‘쌀값 정상화’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달 초 쌀 값(18만5280원)은 2016년산 수확기 쌀값보다 1.4배 올랐지만 17만원 중반대를 기록한 2012∼2013년산 수확기 쌀값과는 1만원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새로 수확하는 쌀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17만원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급락한 쌀값이 정부의 수급정책의 영향으로 급격히 오르면서 쌀값 폭등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이다.

농민 단체들은 오히려 쌀값이 정상화 되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한 가마니 당 생산비가 올해는 24만2000원까지 올랐다”며 “그런데 아직 24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쌀값이 폭등이라고 하는 건 언론에서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정책위원장은 “20년 전 수준의 가격을 겨우 회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UN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자 세계식량계획(WFP)는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헤르버 페르후설(Hervé Verhoosel) 대변인은 “북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 1천 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여전히 불안정한 식량공급에 시달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절실하다”며 “북한 어린이 5명 중 1명은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남북 관계개선에 힘입어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보고 자료에서 “북한 주민 대상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서 추진한다”며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 감염병 예방 등 보건의료 분야를 우선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기조 유지가 이어지면서 실제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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