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 보이는 나노플라스틱..잘게 쪼개질수록 독성 커져

원호섭 2018. 10.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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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미터 초미세플라스틱
윤충류 소화기관 외벽 통과
세포막 손상돼 번식률 하락
체내 잔류·혈관 따라 이동도
바다 외 대기 중에도 전파
호흡기로 유입돼 질병 초래
사용량 감축 외 대안 없어
미세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질수록 독성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해양에서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수준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인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학술지 '환경과학과 건강에 대한 의견'에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메시카 레벨 프랑스 서가톨릭대 교수는 "인간이 사용한 플라스틱이 여러 외부 환경 요인 때문에 잘게 부서진다는 보고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인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로도 쪼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나노미터 단위로 작아지면 독성이 더 커지고 인체에도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정창범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나노플라스틱이 될수록 생물에 미치는 독성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50㎚, 500㎚, 6000㎚(6㎛) 크기의 플라스틱을 윤충류에 노출시킨 결과 가장 작은 입자에 노출된 윤충류일수록 성장률과 번식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지난 2일 연구진은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나노플라스틱이 생물에 미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윤충류가 섭취한 나노플라스틱은 소화기관 외벽을 통과한 뒤 주변 조직으로 확산됐다. 500㎚ 크기의 플라스틱은 윤충류 소화기관에서만 발견됐지만 50㎚로 작아지면 소화기관을 벗어나 다른 기관에서도 나타났다. 크기가 작은 나노플라스틱이 소화기관 외벽을 통과한 뒤 주변 조직으로 확산돼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한편 세포막 손상까지 일으켰다. 정창범 연구원은 "나노플라스틱 섭취로 세포막이 손상되고 세포 안으로 침투한 독성물질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졌다"며 "오염물질에 대한 내성이 감소해 윤충류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이 지난 7월 홍합을 나노플라스틱에 노출시킨 뒤 살펴본 연구 논문에 따르면 나노플라스틱은 유전자 변형을 일으켰다. 싱가포르국립대에 따르면 따개비 유충을 나노플라스틱에 노출시켰는데 성체가 될 때까지 몸 밖으로 나노플라스틱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200㎚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작은 입자는 혈관계를 따라 흐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 연구원은 "나노플라스틱은 생물에 영향을 미치지만 더 무서운 점은 아직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일 외에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걱정했다. 이재성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플라스틱 크기가 작아질수록 여러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복합적으로 생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독성학적으로 나노 단위로 갈수록 플라스틱 독성이 강해지고 결국 이것이 생물 체내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많은 유명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뉴욕주립대 연구 결과가 발표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바 있다. 수돗물뿐 아니라 독일 맥주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또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바람을 따라 공기 중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지역에서 '폴리머'를 포함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된 바 있다. 포르투갈 페르난두 페소아대의 조아나 프라타 교수는 올 초 학술지 '환경오염'에 발표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리뷰 논문에서 "최근 파리 대기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고 관련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밖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하고 있는 프랭크 켈리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CNN과 인터뷰하면서 "문제는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도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0년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양은 약 170만t이었지만 2016년에는 그 규모가 3억2200만t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싱가포르국립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대양에 녹아 들어간 플라스틱 양은 약 1억5000만t에 달한다. 또 매년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파도, 자외선과 만나면서 잘게 부서진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미생물도 플라스틱을 섭취한 뒤 잘게 부숴 내보낸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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