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새긴 문신 덕분에"..42년 만에 극적 상봉한 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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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오빠들을 처음 봤는데 저를 기억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모르는 제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윤현경(44·미국이름 사라 존스) 씨는 직선거리로 9천442㎞ 떨어진 서울까지 날아와 14일 서울 동대문구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사무실에서 친오빠 태훈(49) 씨와 기태(48)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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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공항에서 오빠들을 처음 봤는데 저를 기억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모르는 제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윤현경(44·미국이름 사라 존스) 씨는 직선거리로 9천442㎞ 떨어진 서울까지 날아와 14일 서울 동대문구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사무실에서 친오빠 태훈(49) 씨와 기태(48) 씨를 만났다.
이들 남매가 1976년 생이별한 지 무려 42년 만이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이들 남매는 1975년 전주보육원에 맡겨졌고 이듬해 현경씨만 홀로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생사도 모른 채 이역만리에서 각자 바삐 살아오던 삼남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이들 남매의 왼쪽 팔에 새겨넣은 십자가 모양의 문신 덕분이다.
태훈 씨는 "아버지는 가정형편 때문에 우리를 보육원에 보내야 했는데, 헤어지기 전에 마음을 먹고 우물가에서 우리들 팔에 문신을 새겼다"고 전했다. 십자가 밑에는 자신과 두 아들, 딸까지 가족 숫자만큼 점 4개도 그려놨다.
팔뚝에 그려진 문신은 한국에 남은 형제에게 좋은 기억만은 아니었다. 유년 시절 문신을 이유로 '불량스럽다'고 손가락질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 문신으로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마음 한편에 늘 남아있었다.
현경 씨의 문신은 지워졌다. 미국인 양부모가 종교적인 이유로 문신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경 씨의 양부모는 늘 그에게 "너의 문신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현경 씨는 최근까지도 이 문신이 어떤 뜻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렴풋이 중국식 문양이라고만 여겨왔는데, 이렇게 오빠들을 찾는 계기가 될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 싶었던 현경 씨는 전미찾모와 미혼모협회 I'MOM, SNS시민동맹이 진행하는 장기실종자·해외입양인 가족 찾기 프로젝트에 왼쪽 팔에 십자가 모양과 4개의 점의 문신이 있었다는 정보와 함께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지난 5월 23일 SNS에 현경 씨의 사연이 올라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가족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태훈 씨의 중학교 친구인 김승현(50) 씨가 태훈 씨에게 들었던 가족사를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현경 씨는 이날 가족 상봉식에서 "한국 입양인들은 친부모를 찾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며 "저를 계기로 SNS에서 헤어진 부모와 아이, 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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