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가만난세상] 자영업자 친구의 한숨과 분노

이강은 2018. 10. 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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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갔다가 30년지기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호프 가게를 찾았다.

친구 부부를 볼 때마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그나마 손님이 많다는 우리도 이런데 장사가 안 되는 대다수 자영업자의 속은 어떻겠냐"며 "알바생과 주방 아주머니 등 직원들 다 자르고 온 식구가 달라붙으라는 건지, 그럼 잘린 사람들은 어디 가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건지 어이없는 정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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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갔다가 30년지기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호프 가게를 찾았다. 늦은 저녁인데도 제법 손님이 많았다. 서로 사는 게 바빠 1년에 한 번 얼굴을 볼까 말까 한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친구 부부를 볼 때마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 불황으로 신음하는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판에 잘 버텨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기까지 부부는 지난 10여년간 거의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새벽까지 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초등·중학생 세 아들이 자라는 동안 제대로 보살피고 놀아주지 못한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추석 명절 저녁에도 가게를 지키느라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하는 그 심정이 오죽하랴.

방해될까봐 앉기를 주저했는데 친구가 빈자리를 권하면서 생맥주 두 잔을 가져왔다. 잠시 근황을 주고받다 자연스레 최저임금 얘기가 나왔다. 친구는 지난해 여름 만났을 때와 180도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당시 내가 “내년(2108년)에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전년 대비 16.4%)으로 인상돼도 부담이 없겠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봐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도 내비쳤다.

이강은 사회부 차장
그랬던 친구가 “정부는 현실이 어떤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연거푸 한숨과 분노를 토했다.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직원을 여럿 둔 그는 급기야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박근혜(전 대통령) 때가 나았다”며 흥분했다.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듣고 보니 그럴 만했다. 가뜩이나 세금과 가게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시간당 8350원)하고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주휴·야근수당까지 법대로 챙겨주라고 하니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법대로 하면 직원 1인당 인건비가 현재 수준보다 70% 가까이 급증한단다. 이 때문에 법을 위반하든지 직원과 가게 규모를 대폭 줄여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줄이든지 선택의 기로에 섰고, 결국 범법자가 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나 동네 치킨집을 동일시한 잣대를 들이대니 별수 없다면서 말이다.

친구는 “그나마 손님이 많다는 우리도 이런데 장사가 안 되는 대다수 자영업자의 속은 어떻겠냐”며 “알바생과 주방 아주머니 등 직원들 다 자르고 온 식구가 달라붙으라는 건지, 그럼 잘린 사람들은 어디 가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건지 어이없는 정부”라고 성토했다.

문재인정부와 최저임금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불과 1년여 만에 돌변한 이유는 뭘까. 친구는 ‘정부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요컨대 옳은 정책 방향이라고 경제 상황과 업종·규모·지역별 사정 등을 충분히 따지지도,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내실 있게 마련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정부는 과연 민생의 밑바닥 정서를 알고 있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친구의 한탄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 부부도 주말에 쉬면서 아이들과 여행도 자주 가고 싶어. 그러면 비싼 임대료와 직원 급여 등은 어떻게 마련할 건데. 후∼”

이강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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