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찰' 댓글 공작 IP 숨기려 사설 인터넷망까지 사서 썼다

선명수 기자 2018. 10. 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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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신분 속이려 차명 ID…단체 게시판·개인 e메일 불법 감청도
ㆍ특별수사단, 조현오 등 지휘부 12명 검찰 송치…4명 수사 중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려고 조직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최소 3만7000여건에 달하는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댓글을 작성한 경찰관들은 경찰 신분을 속이려고 차명 계정(ID)에다 인터넷주소(IP)가 사용할 때마다 변하는 사설 인터넷망까지 활용했다.

경찰의 댓글 공작과 불법감청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구속·사진)을 비롯해 당시 경찰 지휘부 등 12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추가로 혐의점이 발견된 관련자 4명을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수사단은 조 전 청장을 정점으로 한 당시 경찰 지휘부가 2010년 2월~2012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을 중심으로 경찰관 1500명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댓글작업을 벌인 것으로 본다. 댓글작업에는 경찰 기동대원까지 동원됐다.

수사단은 총 76회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현재까지 남은 것으로 확인한 댓글과 트위터글은 총 1만2800여건이나, 당시 작성된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추산했을 때 최소 3만7800여건의 댓글이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유성기업 파업,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을 두고 여론 조작을 벌였다.

부산지방경찰청은 2011년 시민단체들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당시 온라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박2일간 철야 작업을 벌이고, 댓글작업으로 “여론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단 관계자는 “당시 트위터 관련 빅데이터 자료를 확인한 결과 (TF가) 작업한 시기 전보다 희망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기록에 담겼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의 국회 청문회나 각종 발언을 둘러싼 논란, 경찰이 추진한 각종 시책을 두고서도 같은 방식의 여론 조작이 이뤄졌다.

경찰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각종 수법을 동원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차명 계정에다 해외 IP를 이용했다. 예산을 들여 사설 인터넷망까지 동원했다. 경찰서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공용 인터넷망을 써야 한다. 당시 동원된 경찰관들이 댓글작업의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2010년 정부 비판 성향의 누리꾼들을 색출하기 위한 이른바 ‘블랙펜’ 관련 자료를 국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내사 및 수사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보안사이버수사대장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를 수사 등에 활용한 민모 경정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법원 영장 없이 시민단체 게시판과 누리꾼들의 e메일을 불법 감청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사이버수사대가 2004년 감청 기능을 탑재한 프로그램을 한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뒤 이를 활용해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등 7개 단체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의 IP와 e메일 수·발신 내역 등을 불법 감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민 경정과 감청프로그램 업체 대표, 기술이사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군 사이버사에서 블랙펜 작업을 지시·관리한 전직 군인 2명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단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방대한 증거 관계, 그리고 일부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 필요성을 고려해 검찰 송치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공조수사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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