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부딪힌 '공공임대'.."살기좋은 내집" 싱가포르 비결은?

박대기,오대성 2018. 10. 15. 2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규모 영구임대주택 단지가 건설의 삽질을 시작했고..."]

1980 년대 말부터 시작된 공공 임대주택 사업.

정부가 바뀌면서 이름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서민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공공주택 공급정책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2000 년 이후에만 2억 6천만 제곱미터, 그러니깐 서울 면적의 40 % 정도 되는 규모를 공공임대 택지로 개발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장기 공공 임대주택은 약 125 만 채로, 전체 주택수의 6.5 %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보다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죠.

급등한 집값을 잡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공주택을 통해 서민들 주거안정을 실현하는데 정부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래서 높은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공 임대 아파트들은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년 공임 적폐 청산!"]

전국의 임대 아파트 주민 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10년간 살아온 아파트가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져 우선권이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집을 살 수가 없어서입니다.

[박수권/10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 "저는 시세 차익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10년 후에도 우리 아이들이 이 지역에서 같이 자라온 친구들과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운좋게 임대아파트에 들어가 살아도 이렇게 10년 후엔 주거 불안이 다시 시작되기 일쑤입니다.

새로운 임대아파트 건설은 지자체와 인근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달 30만 채가 들어설 택지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지자체와 합의가 안 돼 3만 5천 채 규모 택지만 발표했습니다.

[임대주택 예정 지역 주민/음성변조 : "집값 떨어지고 세도 잘 안들어올 것 같고... 5평(16.5㎡)짜리 사는 사람들이 쓰레기 슬쩍슬쩍 버리고, 개를 또 많이 키워 갖고 분뇨 쟁여 놓고 (한대요)."]

임대 주민들에 대한 이런 막연한 선입견은 공공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걸림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공공 임대 단지 옆에 위치한 이 초등학교는 입학 거부와 전학 사태가 잇따르다 결국 폐교 조치됐습니다.

수요 공급이 잘 맞지 않는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대중교통망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도 무턱대고 짓다 보니, 여섯 달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전국적으로 만천여 가구에 이릅니다.

[김준형/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물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교외 지역에 입지를 선호를 할 텐데, 대량 공급하는 행위는 신중하게 결정이 되어야 되고요."]

집값 안정을 겨냥해 임대주택 '공급량'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 양질의 집을 공급하는 게 더 시급한 때입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 ‘교통+고급’ 국민 누구나 사는 싱가포르 공공아파트

[앵커]

보신 것처럼, 공공임대 주택이 우리 사회에 하나의 '주거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여기서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얘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작은 땅덩이에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게 서울과 참 비슷합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우리 2배로 잘 사는 나라죠,

집값은 어떨까요?

싱가포르의 신규 분양 아파트 평균값은 평균 3억 원이 좀 넘고, 자기 집에서 사는 비율도 90%나 됩니다.

서울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좁은 곳에 돈 잘 버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 얼핏 집값이 비쌀 거 같은데,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비결은 뭘까요?

오대성 기자가 싱가포르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싱가포르 동부 지역의 한 지하철역.

주변에 '플랫'이라고 부르는 공공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습니다.

택시기사인 유소프 야콥 씨는 방 3개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전용면적 120㎡짜리 집에 3대가 같이 삽니다.

[유소프 야콥/택시 기사/공공 아파트 거주 : "자기 집은 필수입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도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있으니까 외곽 지역과 비교해서 집값이 더 좋기도 합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임대가 아닌 분양방식으로 공급되는데, 전체 주택의 80%를 차지합니다.

가격은 민영 아파트의 1/3에 불과합니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지하철역과 연계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자리하는데요.

또 다른 특징은 중산층도 만족할 만한 다양한 크기의 주택이 많다는 점입니다.

20여 년 전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아파트 단지.

자녀 방 2개에 안방, 서재, 별도의 옷방까지 크기 150㎡의 고급형 공공아파트입니다.

엘레나 씨는 우리 돈으로 1억 2천만 원에 분양 받아 26년째 살고 있습니다.

[엘레나 응/공공 아파트 입주자 : "여기에 사는 이유는 매우 편안하고,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티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는 걸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거 취약계층은 물론, 중산층도 2번까지 신규 분양을 받을 수 있는데, 규정상 한 채만 소유가 가능하도록 돼 있어 공공주택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건 애시당초 힘든 구조입니다.

일당 장기 체제라는 정치적 상황과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는 경제시스템이 물론 우리와는 다르지만, 땅이 좁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집이 있어야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싱가포르 정부 특유의 '홈 오너십' 철학은 이 공공주택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자가 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렸습니다.

[추아 뱅 홧/싱가포르국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일정 가계소득 이하만 주택을 분양받게 하고, 또 특정 기간 동안은 의무적으로 살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집 주인이라는 점 때문에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없어질 겁니다."]

실수요자들이 살기 편리한 내 집을 합리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도 공공주택이 단지 저소득층만을 위한 게 아니라 여러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필수재'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박대기기자 (waiting@kbs.co.kr)

오대성기자 (ohwhy@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