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정상회담]한불 정상회담]'승리의 쌍둥이' 문재인·마크롱 17개월의 다른 행보

조은효 2018. 10. 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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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파리 엘리제궁서 文대통령-마크롱 대통령 정상회담 
【 파리(프랑스)·서울=조은효 이태희 기자】 "우리는 같은 시기에, 닮은 모습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향하는 가치도 비슷하다. '쌍둥이' 같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파리 엘리제궁(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바로 옆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쌍둥이'라고 칭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축하 전화 통화에서 "우리의 대선 승리는 마치 쌍둥이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등에 업고 선거에서 압승했다. 정권 창출 시점이 같아 '취임 동기'로도 불린다. 문 대통령 취임식이 2017년 5월 10일, 마크롱 대통령은 그보다 나흘 뒤에 프랑스 국가원수에 올랐다. 특히 두 정상이 집권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시작은 '쌍둥이'였지만 집권 17개월간 두 정상은 서로 다른 정치실험을 선보였다.

■'친노동' 문재인-'친기업'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은 양친 모두 의사로 프랑스 명문 앙리4세 고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엘리트 산실인 파리정치대학을 거쳐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다. 기업인수합병(M&A)전문가였으며, 불과 36세에 경제·산업·디지털 장관을 지냈다. 과거 10년간 사회당 당적을 갖고, 정치적 대부 프랑수와 올랭드 대통령 밑에서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말하자면 '프랑스판 강남좌파'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대선에선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린 '프랑스병(病)치유'를 역설하며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겼다. 그의 변신은 무죄였다.

그는 '노동개혁'이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정치적으론 중도노선을 표방했으나 실질적 경제정책은 친시장·우파 정책이었다. 특히 부채가 누적된 철도공사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와 임기 내 공무원 수 12만명 감축, 연금 개혁 등을 추진했다. 또 해고 요건을 낮춰 노동유연성을 키우는 등 친기업 정책을 강조했다. 우파 개혁은 2013년 이후 두자릿수에 머물던 프랑스 실업률을 9%대로 낮췄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16년(1.1%)의 2배가량인 2.2%를 기록했다.

마크롱이 우파개혁 정치를 표방한다면 문 대통령은 진보개혁정치를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정책에 있어 마크롱 대통령과 접근방식부터 달랐다. 마크롱이 노동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노동안정성' 확보에 집중했다. 취임 2년차 고용성적표는 문재인정부에 부담이다.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했고, 실업률(3.6%)은 9월 기준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지율 회복' 공통 고민거리
17개월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정상은 '지지율 회복'이라는 과제에 동시에 부딪혔다. 64%의 지지율로 출범한 마크롱정부는 최근 20%대 중반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도 79%의 높은 지지율로 정권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지지율이 49%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를 보였다. 최근 평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60%대 지지율을 회복했지만 지지율 위기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속 개혁' '강성 개혁'으로 국민적 반발을 샀다. 반면 문 대통령은 소통의 리더십, 정치개혁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여전히 6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고용부진 등의 이유로 가파른 하락세를 경험했다. 시작은 '쌍둥이'였으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정상이 이번 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미래를 위해 접점을 만들어낼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선구적 역할을 주문하고, 4차산업혁명 및 신산업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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