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 남북 도로·철도 연결 추진에 불만 폭발하나 [특파원+]

국기연 2018. 10. 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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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개선 문제.. 北 비핵화와 별개로 진행 될 수 없다"

남북한이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통해 도로·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개최하기로 합의하자 미국 조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속도위반’ 상태라는 게 미국 측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남북 관계와 비핵화가 수레의 두 바퀴가 돼 동시에 굴러가야 하는데도 한쪽 바퀴만 움직이면 이 수레가 전복될 수 있다고 미국 측이 주장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 공식 반응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남북 관계와 북한 비핵화 문제의 진전이 함께 가야 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한의 관계 개선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된 분야별 제품 금지를 포함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국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국 정부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의 불만

미국의 AP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 속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간 철도·도로 연결이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AP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핵·미사일 제거 노력은 남북한 간의 수십 년에 걸친 경쟁 관계 청산보다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많은 외부 인사들이 믿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뉴스 채널인 CNBC 방송은 “남북한 간 도로·철도 연결 추진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진전된 조치이나 미국은 이것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훼손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용하고 있어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따른 제재를 하고 있어 한국이 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 프로젝트(남북한 도로·철도 연결)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WP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을 서두른 배경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 대화를 진척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또 “북한이 이와 동시에 문 대통령이 동조하고 있는 대북 제재 해제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하원의장 공관에 도착,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과 근위대 사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진군나팔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리의 대통령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프랑스가)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중단과 생산 시설의 폐기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김 위원장이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마찰음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을 해체한 이후에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은 미국과 다르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함께 단계별 조처를 하는 프로세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입장은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에 근접해 있다는 게 미국 측 평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이 대북 제재 망에 구멍을 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의 승인 없이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 재무부는 또 이례적으로 한국은행들과 직접 전화 콘퍼런스를 개최해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강 장관에 전화를 걸어 남북한 간 군사 분야 합의에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변함 없는 낙관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마이클 피해 지역인 플로리다를 방문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잘 돼가고 있다”면서 “관계가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북한 문제)은 복잡하다”면서 “지난 70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한 것을 우리가 3∼4개월 만에 해낸 것을 여러분도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매우 잘 돼가고 있다”고 거듭 낙관론을 개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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