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냐"며 보도 거부한 KBS국장..KBS진실과미래위, 1차 조사 결과 발표

김경학 기자 2018. 10. 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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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거부 출정식’에 참여한 기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KBS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회)가 16일 박근혜 정부 시절 KBS 내부에서 일어났던 부당한 사례 등을 조사한 결과를 1차로 발표했다. 정필모 KBS 부사장과 내·외부 위원으로 지난 6월 출범한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10개월로, 이날 발표는 최근 4개월간의 조사 결과다.

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KBS 보도본부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 의심 자료를 확인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6개 사안들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며 “2015년 11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보도본부 간부들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보도와 <성주 군민 사드 배치 반발 보도> 등 사안에서 업무 지시 거부 등 사유를 들어 실무자의 양심에 따른 행위를 특별감사 요구·징계·전보의 방법으로 억압했고, 편성규약 상 의무적 절차인 보도위원회 개최도 거듭 거부해 의도적으로 편성규약을 사문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정상화모임)이 편성규약 등을 위반하며 공정방송 활동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름은 정상화모임이지만, 사실상 정부 비판적 보도를 막으려는 모임이었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활동을 시작한 정상화모임은 보도본부 국·부장급 간부 34명 전원과 팀장·앵커·특파원 등 129명이 가입했다.

위원회는 정상화모임에 참여하면 화이트리스트로, 참여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로 활용한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당시 KBS보도본부가 모임 가입자들을 별도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도 입수했다”며 “모임 결성 이후 선발된 취재기자 특파원 12명 가운데 10명이 모임 참여자였고, 신규 기자 앵커 전원은 모임 참여자였다”고 밝혔다. 또 보도본부 부장급 이상 보직자 60명 가운데 53명(88%)가 모임 참여자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간부들이 강압적으로 취재를 지시하고, 반발하면 부당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KBS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과도한 홍보성 기사 작성을 거부한 기자들에게 당시 ㄱ문화부장은 “국장이 시키면 하는 거야, 그게 보도국 30년 전통이고 원칙이야”라고 윽박지르며 리포트 제작을 강요했고, 지시를 거부한 기자들에게 감봉 2월의 징계를 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또 2016년 7월 ‘성주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외 반대 움직임이 있다’고 밝힌 해설위원은 나흘 만에 해설위원직을 박탈당했고, 외부세력 개입으로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고립됐다는 의혹 보도를 거부한 대구총국 보도국장을 서울로 징계성 전보 조치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ㄴ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냐’며 관련 보도를 거부했고, 보도본부장도 관련 TF 창설을 공식 거부하는 등 KBS의 손발을 묶어버렸다”고 밝혔다.

뉴스뿐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기자들도 전보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친일 인사들에게 부당하게 수여된 훈장이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집중됐다는 내용의 <시사기획 창>은 방송되지 못했다”며 “제작하던 팀장과 기자 2명을 모두 다른 부서로 전보시켰다”고 했다.

위원회는 지난 4개월의 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지만 관련자 징계 권고나 요구는 하지 않았다. 앞서 KBS공영노조가 위원회 활동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위원회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법원이 ‘징계 권고·요구 등과 관련된 운영규정 조항’에 대해 인용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남은 6개월 동안 징계 권고·요구 외 진상규명과 대안 마련 활동을 변함없이 진행하고, 효령정지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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