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도 총여학생회 폐지..대학가 '총여' 왜 사라지나

허진무 기자 2018. 10. 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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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졌다. 서울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열린 학생 총투표에서 총여학생회 폐지안이 16일 가결돼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총여 폐지에 찬성 83.04% 반대 14.7%였다. 투표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3일 동안 총투표를 진행했지만 투표율이 유효투표율인 50%를 넘지 못하자 기한을 하루 연장해 15일에도 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2014년 11월 성균관대 수원 자연과학캠퍼스는 총투표에서 53%가 찬성해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바 있다.

성균관대 인문캠퍼스 총여는 입후보자가 없어 2009년 이후 10년간 공석 상태였다. 학내 여성주의 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는 지난 9월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있다며 총여 선거를 총학생회에 요구했지만 단과대 학생회장 일부가 “총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재적 인원 3분의 1이 동의해 총여 폐지 여부를 가리는 총투표가 열렸다. 성성어디가는 “대안 없는 총여 폐지는 잘못”이라며 총투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이 주도한 ‘성균관대에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성명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215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성성어디가 대표 학생인 최새얀씨(22)는 “학교는 아직도 평등하지 않고 학내 소수자를 위한 독립된 기구로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 올해 3월 학내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졌을 때도 총학생회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총여는 여학생뿐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등 소수자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다른 학생 허모씨(21)는 “성평등을 위한 기구는 찬성하지만 총여처럼 여학생만의 기구가 아니라 남녀가 함께 참여하고 의사결정하는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며 “저는 여학생이지만 급진적 페미니즘 세력의 공격적이고 비이성적인 방법에는 반감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에서 여학생 수가 압도적으로 적었던 1980~1990년대에 비해 여학생이 증가하면서 총여학생회 활동이 학내 역차별을 만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남학생도 함께 낸 총학생회비를 운영비로 쓰면서 남학생이 참여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총여 찬성 학생들은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의 권리를 위한 학생 기구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국내 총여학생회 숫자는 적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총여가 최초로 만들어진 이후 민주화에 힘입어 1999년에는 전국에 30여개 총여가 있었지만 대부분 폐지됐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다른 기관으로 대체했고 2013년 건국대, 2014년 중앙대, 2015년 홍익대가 총여를 없앴다. 서울시립대, 한양대, 경희대, 숭실대 등은 장기간 공석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내 대학 중 사실상 유일하게 총여학생회가 활동하는 동국대도 내년도 입후보자가 없어 위기를 맞았다.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동국대 대나무숲’ 등에 총여 폐지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총여 폐지의 배경에는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남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백래시(반격)’의 영향도 있다. 지난 5월 연세대 총여가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씨의 강연을 주최하자 반대하는 학생들이 강연장 앞에서 시위를 열고 총여의 퇴진을 요구했다. 연세대는 지난 6월 총투표를 진행해 찬성 82.24%, 반대 14.96%, 기권 2.8%로 총여를 재개편하기로 했다. 남학생의 93%, 여학생의 62%가 재개편에 찬성해 사실상 총여는 폐지됐다.

지난해 11월 한양대 총여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김모씨(23)의 페이스북에는 성희롱 댓글이 무더기로 달리는 등 사이버 폭력이 가해졌다. 개표 결과 투표율이 41.95%로 전체 유권자의 50%를 넘지 못해 선거 자체가 무산된 뒤에도 김씨와 선거운동본부 페이스북에는 “총여 X들 죄다 성노리개로 써야 한다”는 등 악성 댓글과 메시지가 이어졌다. 일부 남학생들은 “총남학생회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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