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처럼 은밀한 교황과의 독대, 대화내용 기록도 안해

2018. 10.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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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8일 '개인 알현'

[동아일보]

프란치스코 교황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정오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다.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 중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교황이 문 대통령을 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갖고 간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교황청 주변 인사들은 허심탄회한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 접견은 다른 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가톨릭에선 교황과의 접견을 알현(audience)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개인 알현(private audience)에 해당한다. 매주 수요일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이 방문객들과 만나는 일반 알현(general audience)과 달리 개인 알현은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다.

교황과의 개인 알현은 ‘영적인 대화’의 성격을 띤다. 이 때문에 가톨릭 사제들이 고해성사 내용에 대해 절대 비밀을 보장하듯이 교황 역시 접견 내용을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외의 언어로 대화를 진행해야 할 경우 통역자가 배석한다. 통역자 역시 비밀 엄수 서약을 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통역자는 무조건 교황청이 지정한다. 과거 다른 교황의 경우 통역을 두 명 배석시킨 경우도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안 문제로 한 명만 쓴다. 이번 문 대통령과의 접견 때는 이탈리아어가 유창한 한국인 통역자가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정상회담들과는 달리 대화 기록도 남지 않는다. 기록원 자체가 배석하지 않으며 녹음기 휴대도 불가하다. 가톨릭 사정을 잘 아는 현지 관계자는 “중세 때 왕이나 그의 사절을 만날 때부터 지켜 온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교황과의 대화 내용은 문 대통령이 교황의 양해를 구해 일부를 공개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들어서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발언을 10차례 가까이 할 만큼 한반도 상황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교황청이 당초 20여 분간 면담하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교황이 “많은 대화를 문 대통령과 나누고 싶다”며 직접 면담 시간까지 조정했다. 한 시간가량 예정된 접견은 주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 현지 관계자는 “현재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가 진행 중인 만큼 이번 시노드 주제인 실업과 정신적인 방황으로 고통받는 청년 문제에 대한 대화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을 알현한 뒤 바티칸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국가 대 국가로서 정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교황청의 배려는 파격의 연속이다. 17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예정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만났지만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하는 이날 미사에는 교황청 외교사절을 비롯해 로마에 있는 한국인 신부, 수녀, 신자 등 600여 명이 초대됐다. 이 미사는 바티칸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현지 관계자는 “바티칸 현지 담당 PD가 ‘40년간 일하면서 특정 국가를 위한 미사를 바티칸 방송국에서 생중계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배려”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가 있다”는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너무 앞선 얘기라는 게 바티칸 현지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아직 정식 초대장도 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교황이 방문 수락 여부를 이번 문 대통령 접견 때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교황의 해외 순방은 국가 정상뿐만 아니라 그 나라 가톨릭 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으로도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만큼 성직자 자체가 없는 북한 방문은 여러 절차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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