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만물상] 관광 대국 일본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18.10.1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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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일본은 '알바해서 여행 가는 나라'로 통한다. 열 이유 제쳐 두고 일단 싸다. 총각인 후배가 작년 여름 오사카를 다녀왔다. 비행기 삯이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하룻밤에 10만원쯤 내고 비즈니스호텔에 묵었다. 그런데 올여름 제주도 2박 3일 여행엔 60만원을 썼다. 그는 "앞으로 제주 갈 돈 있으면 일본에 가겠다"고 했다.

▶골프 애호가들도 일본으로 몰린다. 세 밤 자는 골프 여행인데 항공·숙박·그린피 모두 합해 80만~90만원 상품이 수두룩하다. 도착 첫날 9홀, 둘째·셋째 날 27홀씩, 마지막 날 18홀, 총 81홀을 돌고 리조트에서 먹고 잔다. 제주 골프 여행 패키지도 비슷한 가격대가 있다. 그러나 일본에 다녀온 한 60대 남성은 "부부 동반으로 여행 가서 취향껏 골프를 하거나 관광할 수 있으니 제주보다 일본이 낫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일본에 간 한국인 관광객은 714만명으로 재작년보다 40% 넘게 뛰었다. 인구 5100만명 중 714만명이라니 놀라운 숫자다. 올 7월까지는 462만명으로 지난해보다도 14.5% 늘었다. 중국인이 735만명으로 1위인데, 우리가 근소하게 2위다. 일본은 2003년 '관광 입국(觀光立國)'을 내건 뒤 꾸준히 진흥책을 펴왔다.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이 10년 전보다 네 배나 불어 연 3000만명에 이른다. 2030년 6000만명이 목표다.

▶일본에 한국인 관광객이 느는 건 20~30대 젊은 층이 급증한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 노선이 많아지면서 서울~제주보다 싼 표가 나온다. 엔저(円低)도 겹쳤다. 서울서 4100원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오사카에선 320엔, 3220원쯤이다. 젊은 관광객은 주로 도쿄에 몰린다. "도쿄는 어딜 가나 새롭고 깔끔하고 고풍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본 첨단 문화가 집중돼 있어 "세계 최고를 한자리서 본다"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아직 서른이 안 된 여자 후배는 해마다 혼자 1박 2일 일본 벚꽃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왕복 10만원짜리 티켓으로 가서 실컷 벚꽃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고 다음 날 돌아온다. 일본의 관광 몸집이 커진 비결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정직하고 친절하며 깨끗하고 질서가 잡혀 있다. 문화·역사 명소도 유럽에 버금간다. 서울에선 지난 7월 인천공항에서 강남까지 외국인을 태워주고 186만원을 받은 콜밴이 적발됐다. 도쿄에선 손님을 태우고 가던 택시 기사가 지도를 볼 때는 미터기를 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