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더빙이 더 각광받죠" 게임 속의 성우 더빙 돋보기

이경혁 2018. 10.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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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106] ◆아직까지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인간 육성의 재현, '성우 더빙'

빠르게 발달한 기술 덕택에 비디오게임은 언젠가부터 시각매체 영역에서 실제 세계를 촬영해 재생하는 영화와 비교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단지 고화질로 화려하게 그려낸 시각 이미지가 게임의 전부를 좌지우지할 만한 요소는 아닐 것이지만, 이 비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게임의 그래픽 부문에서 이뤄진 기술적 성취들이 상당한 진척을 이뤄냈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상의 영역에 시각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것의 성과와는 다르게 인간의 목소리를 가공해내는 일은 생각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많은 게임들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에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 입히는 과정인 더빙의 요소를 가상기술이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 수많은 대작 게임들은 게임의 생동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성우를 활용한 보이스 액팅을 게임에 덧씌운다.

간혹 과거의 '모탈 컴뱃'과 같은 시도처럼 실사를 활용하려는 기술적 시도들이 시각 이미지에서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은 실사영화와 다른 맥락의 재현이기에 그러한 시도가 주류의 흐름으로 정착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의 목소리를 게임에서 재현하는 과정에서는 성우의 보이스 액팅 이상의 대안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찌 보면 실사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 영화와 좀 더 유사점을 보이는 게임 속의 보이스 액팅은 비단 해외에서 제작된 게임의 수입과 현지화 과정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국산 게임에서 또한 상당 부분 고려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게임의 한국어 더빙, 영화와는 다르게 높은 호응도

흥미로운 지점은 더빙이라는 방식을 대하는 일반 영상매체와 디지털 게임에 수용자가 갖는 수용에서의 차이점이다. 한국의 경우 해외 영화의 한국어화 과정에서 더빙은 다소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을 드러내곤 한다. 원본 영화의 배우 연기를 가려버린다거나 입모양의 싱크가 맞지 않는다는 여러 가지 이유는 한편으로 합리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지화 더빙이 갖는 장점으로 꼽히는 모국어 기반의 보다 손쉬운 몰입감 등과는 부딪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디지털게임의 영역에 들어오면 영화 등의 영상매체에서 드러나던 수용자 반응과는 조금 다른 반응이 존재한다. 간단한 예로 해외에서 제작된 대형 게임이 한국에 들어올 때, 원문 그대로인 경우와 자막과 인터페이스 등이 한글화되어 들어오는 경우, 그리고 아예 한국어 성우를 통해 보이스 더빙을 새로 입히는 경우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성우 더빙판에 좀더 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한국어 더빙에 대해 보였던 감성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도 '스타크래프트' 1편과 2편의 차이일 것이다. 1편의 '스타크래프트' 는 완전한 영문판으로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게임은 등장하는 유닛의 대사들을 모두 영어권 성우의 녹음을 통해 처리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이들의 뇌리에는 아직도 "Nuclear Launch Detected"와 같은 주요 대사들이 세 종족의 특성을 살린 성우의 녹음 그대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린 '스타크래프트'의 2편 출시에서 게임 속 음성들은 이제 완전한 현지화를 거쳐 도착했다. 'Marine'에서 '해병'으로와 같은 텍스트 한글화를 넘어서 제작사는 아예 인트로 영상마저도 한국어 더빙의 발음에 맞는 입모양으로 현지화를 거친 결과물을 들고 오면서 큰 찬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1편의 리마스터 과정에서도 적용되어 원판의 "Not enough minerals"라는 아나운서의 대사는 이제 선택에 따라 "광물이 모자랍니다"라는 한국어 음성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2` 인트로영상의 마지막 대사 `드디어 올 것이 왔군`에 맞춰 제작사는 영상 속 인물의 입모양을 한국어 발음에 맞게 새로 제작해 배포했다.

실제 배우의 목소리가 아닌 경우인 해외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한국어 더빙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디지털게임에서의 한국어 더빙에 대한 호응도는 사뭇 색다른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게임보다 좀 더 단방향 서사의 형태를 취하는 '워킹 데드' 같은 인터랙티브 무비류 게임에서도 한국어 성우들이 입힌 더빙판이 비공식으로 출시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사람들은 원판의 분위기를 해친다기보다는 한국어 더빙으로 즐길 수 있어 더 좋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워킹데드` 시즌 1은 자막 한국어화를 넘어 플레이어들에 의해 자발적인 한국어 더빙이 이루어졌다.

◆더 많은, 더 풍부한 한국어 음성지원을 기대한다

성우 더빙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수적인 것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실제로 초창기 디지털게임에서는 음성 관련 기술의 구현이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좀 더 대량의 데이터가 손쉽게 가공될 수 있는 시점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메시지와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한 매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달의 폭을 크게 넓히는 효과를 제공한다. '오버워치'의 밈으로 '류승룡 기모찌!'가 가능한 것도 청각매체로서 음성을 통해 분위기와 상황을 전달하는 방식이 게임에 적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 인간의 육성을 대체할 만한 기술이 없는 환경에서 성우 더빙은 디지털게임에서 과거 영화 등의 더빙과는 다른 또 다른 전달의 확장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장점으로 기능하다. 해외 게임과 해외 영화에 각각 덧붙는 한국어 더빙에 대한 수용자들의 호응도가 다른 것은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게임과 영화라는 매체적 차이 또한 별 것 아니라고 넘겨짚을 일은 아니다. 비단 해외뿐 아니라 최근 제작되는 수많은 국산 게임들 또한 성우 더빙에 두터운 제작 공수를 기울이는 흐름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게임 플레이 환경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운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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