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장 "난 민주화운동 한 사람, 박정희 추모제 안 간다"

조정훈 2018. 10. 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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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 시장,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밝혀.. '박정희 역사자료관'에도 부정적 입장

[오마이뉴스 글:조정훈, 편집:손지은]

  
 장세용 구미시장은 17일 오전 대구수성홑텔에서 아시아포럼21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와 탄신제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조정훈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모식과 탄신제(11월 14일)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주최로 오는 26일에 열린다. 
 
장 시장은 17일 오전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주최로 대구수성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누구 압력을 받아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21일 왕산 허위 추모제에 가서 오는 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양해를 한 번 묻고(구하고) 가겠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너무 커지고 서로 대비되는 기사가 나오니까 제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참석 안 하는 걸로 했다. 더 이상 많은 분들에게 궁금증을 남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고생한 분들 실망시키지 않겠다"

장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제와 탄신제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정체성'을 들었다. 그는 "제가 이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오랫동안 했다"라며 "저의 정체성과 이 지역에서 많이 고생해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쪽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임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반인반신'이라고 하셨고 '좌파와의 전쟁을 하겠다'고 한 것이 제게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남유진 전 구시시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정희의 역사를 지울 수 없다고 본다. 이제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병억 박정희 생가보존회 이사장 등은 장 시장을 만나 추모식과 탄신제 참석을 요청했지만 장 시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40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박정희 역사지우기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장 시장이 추모식과 탄신제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미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박정희 추모제와 탄신제는 박정희를 이념화하고 우상화하는 행사"라며 "특정 정파의 정치적 행사로 전락한 행사에 시장이 제사장이 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참석을 반대했다.
 
구미참여연대는 "박정희 기념사업은 박정희 기념 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각종 논란을 잠재우고 기념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라며 "구미시가 박정희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고 민간에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 역사박물관? 보편적 이름으로 바꿔야"
  
 장세용 구미시장은 17일 오전 아시아포럼21 주최로 대구수성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과 탄신제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조정훈
 
장 시장은 공정률 30%를 넘기고 있는 박정희 역사자료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역사자료관이니 하는 것은 그쪽(박정희 기념사업회)에서 하는 이야기고 정식 명칭은 1급 공립박물관으로 허가를 받았다"면서 "명칭은 누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1급 공립박물관에 적합한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청와대에서 나온 온갖 유물들을 전시하자고 하는데 사실 박정희라는 이름이 들어가고 그런 유물이 전시된다면 일부 향수에 젖은 나이든 분들이 관광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구미시민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름도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박정희기념관은 이미 서울에도 있다"며 "곳곳에 자꾸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려면서 "구미에는 음악당도 없고 박물관도 없다. 여성회관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게 없는데 지금 해야 할 일은 가장 기본적인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 대구취수원 구미 상류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 시장은 "대통령부터 시의원까지도 일당일색일 때 해결 못한 걸 저보고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대구시는 물산업 표방하지 않았느냐? 물로 돈 벌겠다고 하는데 자기 물 아니고 남의 물 가지고 와서 돈 벌겠다고 하느냐"라며 "오폐수 이야기를 하는데 오폐수 왕국이 대구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취수원 논의가 진행되어온 과정을 살펴보니까 체계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주로 대구에서 포를 쏘고 공중전만 한다. 구미시민들은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무방류시스템 절차를 대구시와 구미시가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립적인 국책기관에서 진행하면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장 시장은 무방류시스템이 유해한 화학물질 등을 걸러내는 데 완벽하지 않다는 대구시의 입장에 대해 "무방류시스템 기술이 없었던 게 아니라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구와의 어떤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낙동강을 깨끗하게 하는 데 기여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는 당선자 시절 한 차례 만났다며 "저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구미시민을 설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심재생전문가 출신인 장 시장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의지가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구미의 문제는 한 번 성공했기 때문에 어렵다. 성공한 사람을 기리른 것이 아니라 시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성공의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 4년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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