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주미대사 "남북관계-비핵화 똑같은 속도일 순 없어"

2018. 10. 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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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워싱턴 포럼에서 미국 내 '남북 과속' 우려에
"남북관계가 약간 앞서야 한국이 레버리지 갖고 북-미교착 뚫을 수"

조태열 유엔대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에
"앞으로 본격 진행될 때는 제재위반 소지..
미국과 길밀히 협의하겠다"

비건 특별대표는 러시아에서 대북 제재 강조

[한겨레]

조윤제 주미대사가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주미대사관 제공

조윤제 주미대사는 16일(현지시각)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앞서간다’는 미국의 우려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에서 세종연구소와 미 외교협회(CFR)가 공동주관한 서울-워싱턴 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국제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포함한 비핵화 과정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조 대사는 그렇다고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똑같은 속도로 갈 수만은 없다면서, “한쪽의 모멘텀이 다른 쪽 프로세스를 견인해서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보다 약간 앞서 움직일 때 한국이 레버리지를 갖고 촉진자 역할을 해서 북-미 교착을 뚫어낼 수 있다”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예로 들었다. 조 대사는 “4월 남북정상회담은 첫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을 놓았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남북관계 트랙과 비핵화 트랙은 서로를 추동하면서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북 협력은 국제 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의 조처를 두고 미국 정부와 전문가 그룹 등에서 ‘남북이 과속한다’며 못마땅한 시각을 보내는 데 대한 반박이다. 미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9월14일)를 앞두고도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함께 가야 한다”며 견제했고, 남북이 11월 말~12월 초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지난 15일 합의한 데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제재 준수를 강조했다.

조 대사는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 내의 의구심과 관련해, “남북미 세 지도자가 직접 만나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고,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풍계리 사찰 허용 및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해체 의지를 표명한 것은 전례없는 진전의 기회를 주는 중대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계속 실험하고 확인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북한의 추가적 중요 조처를 유도해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본인이 직접 약속한 것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의 접근”이라고 했다. 또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정전협정 체제나 한미동맹, 주한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 위원장도 분명한 이해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 쪽에서 세종연구소의 백종천 이사장과 백학순 소장, 김준형 한동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석 대사 등이 참석하고, 미국 쪽에서는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한국프로그램 디렉터,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뉴욕의 주유엔대표부에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안보리 대북제재에 위반되느냐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판단의 주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하는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위반 소지가 있는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착공을 하겠다는 것이지, 하겠다는 게 아니다.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유엔 안보리나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기지 않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제재 위반에 저촉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도 ‘대북 제재 유지’를 조였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외무부의 이고리 모르굴로프,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과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 과정이 가능한 빨리 진행되도록 하고 또 북한에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할 조처들이 가능하도록 완전히 조율된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카운터파트들에게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미국은 비핵화 진진을 위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해 러시아를 비롯한 당사국들과 협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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