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이은재, 백재현, 강석진, 서청원의 수상한 연구비

심인보 2018. 10. 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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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돈은 세비 외에도 한해 400억 원이 넘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부터 국회의원들이 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3곳의 시민단체와 함께 여러 건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는 정보 공개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결국 소송을 걸었고 일부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1년 반의 싸움 끝에 마침내 지난달 국회 정책 개발비의 지출 증빙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 정책개발비는 2017년 기준으로 132억 원에 이릅니다. (입법 및 정책 개발비 86억 원, 정책자료집 발간 발송비 46억 원) 자료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취재를 진행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4만 쪽이 넘을만큼 자료가 방대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국회 정책 개발비의 집행 실태를 알리기 위해 뉴스타파는 MBC 탐사기획팀과 공동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뉴스타파와 MBC는 10월 17일부터 국회 정책비에 대한 취재 결과를 3일 연속, 공동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첫날인 17일에는 먼저 자유한국당 이은재, 강석진,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무소속 서청원 의원에 대한 취재 결과를 보도합니다.

1. 이은재 : 보좌관 친구 명의 이용 비자금 조성 의혹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실은 제 3자 계좌를 차용해 국회 예산을 1000만원 이상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비자금을 조성한 건데, 이 의원실은 돈이 어디에 사용했는지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좌관 친구에게 소주 한 잔 얻어먹고 통장 빌려줬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 병)은 지난 2016년 9월 ‘국가정보활동 관련 국내외 입법례 및 판례 동향’이라는 소규모 연구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연구 수행자는 ‘자유기고가’ 홍 모 씨로, 연구비 50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에도 홍씨에게 ‘1947년 이후 미국정보공동체 개혁에 관한 연구 번역’ 업무를 맡기며 500만원을, 또 비슷한 기간 ‘미국의 정보기관과 연방의회의 감시기능강화 관련 번역’ 연구를 맡겨 22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불과 1년 사이 홍 씨에게 모두 1220만 원 상당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한 것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홍 씨는 위 3건의 연구를 하지 않았고, 이은재 의원실에 계좌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 씨는 용역 결과물을 공개해달라는 취재진에게 “보좌관인 친구의 부탁으로 계좌만 빌려준 것”이라며 본인은 “이 의원실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용역 보고서도 쓰지 않았고, 받은 연구비도 보좌관 친구에게 모두 보내줬다고 말했습니다. 계좌를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소주 한 잔 얻어먹고 해줬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홍 씨의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2016년 12월 국회사무처로부터 세금을 제외한 연구비 480여 만 원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통장에도 2017년 12월 2건의 연구를 수행한 대가로 받은 연구비 480여 만 원(세금 제외), 210여 만 원(세금 제외)의 연구비 기록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돈이 이은재 의원실 박 모 보좌관의 계좌로 송금된 내역도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홍 씨는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자 거짓해명을 종용받은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홍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친구 박 모 보좌관이) ‘사실 내가 한 거다’ 라고 하라는데 그러지 않았다. 내가 괜히 피해를 떠맡을 일 있느냐”며 박씨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은재 의원실은 지난 2016년 10월 박 보좌관의 친동생에게 ‘국가정보활동 관련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번역’이라는 정책 연구 용역을 맡긴 뒤 국회 예산 425만 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씨의 친동생은 영어를 잘하기는 했지만 번역 전문가는 아니었습니다.

이은재 의원실 “관행이지만 편법 인정”

계속해서 답변을 거부하던 이은재 의원실은 취재진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이 의원실 박 모 보좌관은 “관행대로 해왔다. 아무튼 편법을 썼다는 건 제가 잘못한 것”이라며 돈을 돌려 받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박 보좌관은 “돌려받은 연구비는 개인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의원실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친동생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정이 급해서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보좌관이 친구의 명의와 계좌를 이용해서 돌려받은 돈 1,200만 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의원실 운영비로 썼다는 박 보좌관의 말은 사실일까요? 뉴스타파는 박 보좌관의 해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의원실 운영비로 사용한 증빙서류 등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은재 의원에게도 공식 인터뷰를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2. 백재현 : 선거운동원에게 용역비 수천만 원 몰아줘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선거운동원이 만든 정체불명의 단체에 국회 예산 수천만 원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백 의원은 또 의원실 소속 대학생 입법보조원에게 연구비 500만 원을 지급한 뒤 돌려받은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유령 단체에 수천만 원 펑펑...알고보니 선거운동원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 갑)은 지난 2012~2017년 한국경영기술포럼이라는 단체에 8건의 정책 연구 용역을 맡겼습니다. 건당 5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의 국회 예산이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단체는 사업자, 법인등록도 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단체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단체 책임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타낸 고 모 씨는 지난 총선 당시 백재현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습니다.  

고 씨가 수행한 8건의 연구 용역 가운데 2건에서 100% 표절도 발견됐습니다. 고 씨가 지난 2014년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구일역 광명측 출입구개선 타당성조사 연구’는 1년 전에 나온 광명시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쓴 것이었고, 지난 2012년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학림지구 광역교통 효율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역시 한국교통원이 광명시에 제출한 보고서를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책임연구자인 고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날짜는 다가오고 급해서 제가 조금 베낀 적이 있다. 그 때는 표절이 심각한지 몰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죽을 죄를 졌다”며 표절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연구 용역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 “(백재현 의원과) 같은 지역구이다 보니까 도와 달라고 하시면 형편이 안 좋은 걸 아니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백 의원실 측은 “(고씨가) 선거 때 도와준 적이 있다. 이 사람이 우리 보고 취업시켜주란 소리도 많이 했는데 우리가 취업도 못 시켜준다. 그러면 아르바이트를, 이런 미션을 해 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지역)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포럼같은 회의방식을 통해 연구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소규모 용역으로는 교수급의 전문 연구 결과가 한 두 달만에 급히 나올 수 없다. 국회 보좌진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외부 아이디어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정체 불명 단체에도 1500만 원 지원...표절에 명의도용까지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0년~2016년 또 다른 정체불명의 단체인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 5건의 연구 용역을 맡겼습니다. 백 의원은 이 단체 책임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 모 씨에게 총 1500만 원의 연구비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 보고서에서도 표절과 명의도용 등이 확인됐습니다.

이 단체가 지난 2013년 국회 예산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지방세제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한국지방세연구원 김 모 연구위원의 이름이 공동 저자로 되어 있고, 그 연구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물어보니 공동연구를 진행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상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 박사에게 확인한 결과 공동으로 한 연구가 없다고 한다. 도용된 것 같다”며 “확인 여부를 파악한 뒤 백재현 의원실에 정정요청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이 단체가 작성한 ‘2011 금융세제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 역시 표절이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보고서는 지난 2010년 한국세무학회 등에서 주관한 ‘금융세제 개선방안’ 추계학술발표대회 자료였습니다. 기존에 열린 학술대회 자료를 표절해 연구비를 타낸 것이죠. 당시 학술대회 패널로 참여한 문성훈 한림대학교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세무학회 심포지엄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책임연구원 이 모 씨라는 사람이 제 자료를 이름만 바꾸고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학회 것을 가져다 쓰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백재현 의원이 이 보고서를 받은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가 2010년 작성한 ‘국제회계기준(K-IFRS)도입에 따른 법인세법 개정방안’이라는 보고서 역시 이미 학술지 등에 발표된 논문 등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간 서울대학교 정운오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한국조세선진화포럼이라는 단체는 들어본 적 없는 단체다. 제 논문이 보고서에 통째로 실린 것이 황당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자료들은 현재 국회도서관에서 누구나 검색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백재현 의원실이 연구비를 몰아준 또 다른 수상한 단체와 관련해 백 의원실에 이 단체 책임 연구원인 이 모 씨나 누구인지, 그리고 연구 용역을 맡기게 된 경위 등을 물었지만, 백 의원실은 “세무학회 때 만난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 씨의 번호가 변경돼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답했을 뿐 이 씨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보좌관에게 현금으로 줬다” 사라진 연구비 500만원 

백재현 의원실은 입법보조원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돌려받은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7년 1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식 조사 및 기능전환을 위한 방안’이라는 소규모 연구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돈은 당시 대학생이던 백재현 의원실 입법보조원 채 모 씨에게 지급됐습니다. 백 의원실은 “연구 주제가 민감해 실제 연구자가 신원 노출을 원하지 않았다. 당시 입법보조원인 채 씨에게 돈을 지급했고, 채 씨가 그 돈을 연구자한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채 씨는 실제 연구자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채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돈을 교수한테 준 게 아니라 보좌관한테 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수님이 실명 공개를 꺼린다는 말을 보좌관에게 들었고, 그 이후로는 관여한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채 씨는 세금을 떼고 들어온 470~80만 원 상당을 현금으로 전액 인출해 보좌관한테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백재현 의원실을 취재하자 채 씨는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돌연 말을 바꿨습니다. 채씨는 “개인적으로 쓴 일은 없다.어쨌든 누구에게 드리긴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취재진은 지난 12일 인터뷰 일정을 잡고 백재현 의원을 만났지만, 백 의원은 카메라 인터뷰에는 응할 수 없다며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관련 내용을 잘 모르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이후 백 의원에게 연구자들과의 관계와 특정 연구 단체에 연구 용역을 몰아준 이유, 표절·무단 도용된 연구자들과 기관에 대한 사과, 연구비 반환에 대한 입장, 연구비 500만 원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재차 물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3. 강석진 : 허위서류로 연구비 타내 비정규직 급여 편법 지급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경남 산청 함양 거창 합천)은 지난 2016년 5건의 정책연구 용역과 3건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해 국회사무처로부터 1천1백여 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 돈은 당시 의원실 업무를 보조하던 비서관의 가족들과 대학생 등 비정규 인력들의 인건비로 편법 지급됐습니다.

대학생이 보건의료 현안 분석하고 간담회 발제?...의혹 투성이 지급 내역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의 2016년 정책연구 용역비 내역을 보면,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1건씩 모두 5건의 정책연구 용역을 주고 보고서를 받아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모두 1천50만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연구자의 전공이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7월에 수행된 연구용역의 결과물인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현안 대책 제언’(200만 원) 보고서의 연구자는 소속 대학명이 명기되지 않은 ‘보건정책 전공 대학생 김 모 씨’로 되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현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 2건은 30대 초반의 제약회사 여직원이, ‘의료산업 발전’과 ‘국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해양생물 관련 연구개발업체의 연구원이 쓴 것으로 돼있습니다.

입법정책 개발비 지급 내역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강석진 의원실이 2016년 간담회를 개최한 뒤 국회사무처로부터 경비를 지급받은 내역은 모두 3건인데요,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 등 하나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들은 모두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두 차례 간담회의 발제자는 대학생 김 모 씨였는데, 앞서 보건 정책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수행했던 대학생과 동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전공이 도시계획부동산학과로 기재돼 있습니다. 나머지 한 차례 간담회의 발제자는 또 다른 대학생 오 모 씨였는데, 소속 학교로 기재돼 있는 UDSD는 어느 대학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비정규 비서관 아내·친형 이름으로 용역비…간담회 발제비도 부당 청구

강석진 의원실에 문의해봤지만, 강석진 의원실은 “모르겠다”라고만 답했습니다. 다 전임 보좌관이 한 일이라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뉴스타파 취재진은 보고서 연구자들과 간담회 발제자들, 그리고 당시 강석진 의원실에 근무했던 보좌진들을 일일이 접촉했습니다.

취재 결과, 각각 2건 씩의 정책연구 보고서를 썼다는 신 모 씨와 홍 모 씨는 당시 강 의원실에서 무급 비정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던 홍 모 씨의 아내와 친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대 국회 비서관이었던 홍 씨는 2016년 당시 무직 상태에서 강석진 의원실 선임보좌관 박모 씨의 제안으로 비정규 비서관으로 영입돼 국정감사 보도자료와 질의서 작성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홍 비서관은 8월 경부터 넉 달 가량을 무급으로 일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아내와 형에게 정부 정책자료를 수집하고 요약 정리하는 보조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강석진 의원실은 이렇게 만든 국정감사용 보도자료와 질의서들을 엮어 외부 연구자가 쓴 보고서 형태로 편집한 뒤, 이를 홍 비서관의 아내 신 씨와 친형 홍 씨가 작성한 용역보고서인 것처럼 정리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했습니다. 보고서는 재탕이었습니다. 신 씨와 홍 씨가 썼다는 보고서의 주요내용들은 2016년 국정감사 당시 강 의원실에서 배포했던 보도자료들의 제목들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강 의원실은 이런 허위 보고서를 제출해 국회사무처로부터 850만 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이 돈은 사실상 신 씨의 남편이자 홍 씨의 친동생이던 당시 무급 비정규 비서관 홍 모 씨의 인건비로 지급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강석진 의원실의 박 모 전 선임보좌관은 취재진에게, “그때 국감 준비 등을 위해 홍 비서관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인 만큼, 아내와 형에게 지급된 용역비를 홍 비서관의 급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용역보고서의 연구자로 기재돼 있는 대학생 김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 씨는 2016년 7월과 8월에 걸쳐 강석진 의원실의 각종 정책자료 수집과 정리 업무를 돕던 재택 아르바이트 인력이었습니다. 김 씨는 국회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를 직접 쓰지도 않았으며,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발제를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결국 강석진 의원실은 김 씨에게도 허위 서류를 꾸며 ‘소규모 정책연구 용역비’ 200만 원과 ‘입법정책개발비’ 50만 원을 편법으로 지급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간담회에서 발제비 25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돼 있는 대학생 오 모 씨 역시, 당시 강석진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던 단기 입법보조원이었으며 해당 간담회에서 발제를 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실은 국민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보좌관과 비서관 등의 보좌진을 모두 9명까지 둘 수 있고, 만약 추가로 인력이 필요할 경우엔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월급인 세비 혹은 후원금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강석진 의원실은 ‘소규모 정책연구 용역비’를 편법적으로 활용해 단기 비정규 인력의 인건비를 지급해줬던 것입니다.

강석진 의원 “편법 인정....반납 검토”

강석진 의원실은 비정규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편법을 동원해 국회 예산으로 지급했다는 취재 내용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원실을 떠나 있는 전임 보좌진들이 저지른 잘못이었다며 책임 소재에 대해 일정한 선을 그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석진 의원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고, 이에 따라 지난 10일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석진 의원을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습니다. 강 의원은, 비록 실무 책임자가 전임 보좌진이었다고 해도 의원 본인의 관리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보좌진에게 의원실 운영을 전적으로 맡겼던 탓에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 사정을 알게 된만큼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 예산을 편법적으로 잘못 집행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를 반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좌진과 상의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4. 서청원 : 건설회사 임원에게 ‘북핵 위기’ 연구용역 맡겨

무소속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 갑)은 정책 연구 용역을 해당 분야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게 맡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연구용역에 국회예산 1천 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토목회사 간부가  <북핵 위기> 보고서 작성

서청원 의원실은 지난 2017년 <북핵 위기를 반영한 대북 정책 개선 방안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용역을 수행한 장 모 씨는 황당하게도 토목 엔지니어링 업체의 상무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해당 연구에는 국회 정책개발비 500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장 모 씨는 취재진에게 “핵 쪽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독학으로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장 씨가 작성했다는 보고서를 검증하기 위해 서청원 의원실에 보고서 원문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청원 의원실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건축회사 과장이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보고서 작성

서청원 의원실이 지난 2016년 9월에 진행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정책 연구 역시 연구 주제와 무관한 비전문가가 맡았습니다. 서청원 의원실이 연구를 수행했다고 지출 증빙 서류에 기재한 사람은 89년 생 윤 모 씨. 뉴스타파 확인 결과 윤 씨는 한 토목회사에 과장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해당 토목 회사를 찾아가 윤 씨와 직접 만났습니다. 윤 씨는 취재진에 “저도 의아한 점이 있다”면서  “지인인 보좌관의 부탁을 받아 자료 정리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연구에도 국회 정책개발비 500만 원이 들었는데, 윤 씨는 500만 원은 자신이 받은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특히 윤 씨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포맷과 논문 자료를 모두 의원실이 제공했고, 자신은 이를 토대로 자료 정리만 했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윤 씨가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정리만 했다면 보고서가 매우 부실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취재진은 서청원 의원실에 해당 용역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역시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서청원 의원실 “각계 입장 들으려는 취지”

비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긴 경위에 대해 서청원 의원실은 “‘스펙타파’라는 취지를 살려 각계 다양한 입장을 들으려는 취지였다”라며 “학계와 주변의 추천을 받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책연구를 맡겼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추천이었는지, 전문성은 검증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사무처 “전문가 여부는 전적으로 의원실이 판단”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연구를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 비용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 2005년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국회 사무처는 용역 수행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별도의 기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는 뉴스타파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용역 수행자의 전문성 판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의원실에 맡기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부실한 정책 연구보고서를 검증할 별도의 기관도, 장치도 없는 셈입니다.

뉴스타파와 MBC 공동 취재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프로젝트 다음 기사는 18일과 19일 저녁 8시에도 뉴스타파와 MB에서 동시에 보도됩니다.

취재 : 박중석, 김성수, 심인보, 김새봄, 문준영, MBC 탐사기획팀 공동취재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김기철, 최형석, 오준식
편집 : 박서영, 윤석민, 정지성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심인보 기자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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