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웃을 수 없는 '감정노동자'
[앵커]
판매직이나 콜센터 등에서 늘 웃으며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사람들을 흔히 감정 노동자라고 하죠.
이들이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상당할텐데, 이에 못지 않게 신체적인 고통도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종일 서있거나 화장실 한 번 마음 편히 가기 어려운 근무 여건 탓인데요.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는 감정 노동자들의 상황을 홍화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입니다.
손님이 없는데도 직원들이 서 있습니다.
의자가 있어도 앉지 않습니다.
근무하는 10시간 동안 점심 식사와 쉬는 시간을 뺀 8시간 반을 꼬박 서 있는 셈입니다.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음성변조 : "(하루 한 시간 반 빼곤 계속 서 계신 거예요?) 그렇죠. 중간중간 잠깐씩 앉아 있고 업무할 때..."]
면세점 화장품 매장엔 아예 의자도 없습니다.
[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음성변조 : "본사에서 구매를 해 주셔야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손님들이 쓰는 화장실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상미/엘카코리아 노동조합 부위원장 : "화장실이 부족하고, 직원이 부족하여 화장실을 못 갑니다. 저같은 경우도 방광염으로 병원 다니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른 층을 오갈 때엔 고객용 승강기를 피해 화물용 승강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2800여 명을 조사해 보니, 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에 걸린 경우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노동자보다 67배 많았습니다.
혈액순환이 잘 안돼 걸리는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을 앓는 비율도 높았습니다.
열 명 중 네 명 이상은 화장실 가기가 어려워 물을 안 마신 경험이 있었고, 두 명 이상은 최근 1년 간 방광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객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이혜진 씨는 하루 7시간 넘게 통화를 합니다.
일한 지 1년 만에 후두염과 성대 결절에 시달립니다.
고객들에게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듣는 것도 예삿일이지만, 끝까지 친절히 응대해야만 합니다.
[이혜진/애플케어상담사노조 부위원장 : "'나 지금 아가씨한테 욕 나오기 직전이거든, 나 경고했어' 이런식으로 (말씀하세요)."]
고객 눈높이에 맞춰 고객의 감정만 살피는 노동, 정작 이들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로 멍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홍화경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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