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경을 보는 불안한 시선.."강도는 막을 수 있나?"

김건호 입력 2018.10.18. 06:02 수정 2018.10.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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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여경특채 논란①] '뽑지마라 여경' vs '갈아타자 경찰로'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우리는 여성이 경찰이거나 군인일 경우 ‘여경’과 ‘여군’이라며 성을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경찰과 군인 등 특수한 직종은 당연히 남성들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치안과 안전을 위해 일해야하는 이러한 특수직종에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하지만 사건사고는 남녀의 구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직업군에서 여성인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변질된 페미니즘 운동과 이에 대한 반발로 인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역차별을 주장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고, 남녀간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여경인력을 지난 상반기 보다 60%나 증가한 750명을 뽑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경들의 존재이유를 묻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2018년 무릎을 꿇고 팔굽혀 펴기하는 여경들을 조롱하는 남성들과, 정부목표인 15%의 여경비율을 채우기 위해 여경 채용을 늘리는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찰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강도도 못잡는 여경, 왜 또 뽑나요?”

“여경들이 강도, 강간범을 제압할 수 있나요? 결국 홍보용으로 뽑는 거잖아요.”

4년째 경찰 공무원을 준비중인 박모(27)씨는 경찰청이 여경의 채용규모를 늘렸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경찰의 주요 임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공무원 채용에서 여성비율을 늘리는 것은 공감하지만, 경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경들을 뽑는데 부정적인 남성들은 비단 경찰 공무원 준비생들뿐만이 아니다. 대기업 과장으로 근무중인 이모(38)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여경들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여경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 여경이 우리를 보호할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지난 28일 카페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여경들의 실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여경 4명이 민간인 남성 2명과 교통사고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논란은 사진 속 남성들은 차량 위에 올라가 현장 등을 정리하고 있고, 여경 4명은 도로에서 단순 통제만 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확산됐다.

글쓴이는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못 하고 구경 중이던 아저씨 혼자서 구출 중”이라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여경) 4명이 ‘어떡해’ 이러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여경 한 명이 운전자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사고 차량 문을 잡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마저도 현장에 있었다는 네티즌이 “여경이 막 정신 못 차리면서 두리번두리번하더니 도움 요청했고 정작 거들지도 않았다”고 밝혀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여경을 비하하는 게시물. 일간베스트저장소
◆여성혐오, 여경에 대한 반감으로 증폭

지금까지 여경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은 오랜시간 남성위주의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역차별에 분노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의 직업선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고, 이는 또 다른 혐오현상으로 증폭됐다.

17일 극우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는 여경과 여군을 비하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이 중 한 네티즌은 여경을 ‘치안조무사’(치안+조무사의 합성어)라고 비하했다. 또 우리나라 여경들이 홍보영상으로 올린 댄스 영상을 미국의 치어리더들의 운동영상과 비교해 신체적으로 미국의 치어리더가 더 우수하다고 말한다.

특히 남성들은 여경 채용 과정의 신체검사에서 팔굽혀펴기를 무릎을 꿇고 한다는 점을 조롱한다. 이에 더 나아가 여경의 채용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또 미국 등 외국의 여경들과 비교해 한국 여경 전체가 경찰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여경 VS 훈련된 경찰개’라는 글에는 여경의 경우 “월급을 줘야한다” “범인이 쉽게 도망칠 수 있다” “SNS를 잘한다” “범인이 무서워 뒷짐만 지고 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또 남성 경찰이 취객과 씨름하고 있는 장면과 여경이 뒷짐을 지고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려 여경이 실제 경찰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늬앙스의 글을 올렸다.

◆여경 늘리는 경찰, 갈아타는 여성들

현재 경찰은 여경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체력 시험 기준 완화 등을 고민해왔다. 이번 여경 채용 비율 확대도 정부의 여성공무원 증가라는 중장기적인 목표 아래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찰공무원(순경) 선발 규모는 일반 순경 공채 남 2160명, 여 750명, 경찰행정 특채 90명 등 총 3000명이다. 특히 여경 선발 규모가 지난달에 채용 규모(475명)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여경 선발 비율은 2017년 1차 9%, 2차 9.5% 2018년 1차 12.8%, 2차 19% 등 해마다 늘어났다. 이번 하반기에 25%를 기록하면 2018년 한해 뽑힌 여경 비율은 역대 최대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직이나 검찰직 공무원을 준비하던 여자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경찰공무원으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크다. 특히 경찰행정학과 특채를 준비하던 여성 수험생들도 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난 순경시험으로 환승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행특채가 120명에서 90명으로 줄어든 반면, 순경 채용의 경우 750명으로 역대 최대 채용규모를 자랑한다.

노량진 한 경찰직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최근 타 공무원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경찰공무원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여경 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검찰직의 경우에 크게는 100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이는 여경이 이번에 채용규모까지 늘어나면서 전략적으로 여경을 준비하는 공무원 준비생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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