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피해자 "노동청 갔더니 구타만" 법정서 폭로

한영혜 입력 2018. 10. 18. 06:46 수정 2018. 10. 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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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 김모씨가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노임을 받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중앙포토]
노동력 착취와 감금ㆍ폭행 속에서 15년간 전남 완도군의 한 염전에서 사실상 ‘노예’로 일한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가 법정에서 “(노동청에서)조사를 잘 해주지 않고 그냥 가라고 했다”며 국가가 생명ㆍ신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호소했다.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인 김모(53)씨는 17일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윤승은) 심리로 열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마지막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적장애 3급인 김씨는 진술 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그간 일한 노임을 받고 싶다고 노동청에 이야기를 했는데, 첫 번째 찾아갔을 때는 조사를 해주지 않았고 두 번째 조사 때에는 ‘갑갑하다’며 그냥 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은 “처음에는 노동청에서 고용주가 ‘먹이고 입혀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주장해 돌려보냈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다”며 “두 번째 조사를 받을 때에는 맞았던 기억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신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후 재판부의 질문에 더듬더듬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약 15년간 염전 일을 하면서 힘들어서 도망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동네 사람들과 연락한 뒤 자동차를 타고 따라온 염전 주인에게 붙잡혀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또 “주인이 돈이 없다며 노임을 못 준다고 했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주위 염전에도 돈을 못 받는 처지인 사람이 많고, 약을 먹고 자살하려 한 이도 있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김씨 등 이 사건의 원고들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 외딴 섬에 끌려가 오랫동안 임금 없이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이나 욕설에 시달렸다.

이들은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피해자 1명에 대해서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김씨 등 3명이 이에 항소했다.

원고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당시 근로감독관과 사회복지 공무원, 경찰관 등으로부터 염전에서 강요된 노동이 이뤄졌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증언 등을 확보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재차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달 23일 오후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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