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살벌한 애완취미'.. 미국내 '펫 타이거' 7000마리 어르렁

정철순 기자 2018. 10.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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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호랑이와 사자를 애완동물로 사육하는 사례가 늘면서 불안에 휩싸인 이웃주민들의 신고도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텍사스주 경찰이 “방치된 호랑이를 보호 중”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호랑이 모습. 텍사스주 경찰 페이스북 자료사진

야생 호랑이 3890마리의 2배

텍사스만 최대5000마리 사육

‘개인자유’ 내세워 규제 어려워

탈출 등 관리소홀 위험성 커져

멕시코도 도심 사자사육 논란

호주선 새끼 악어 분양 인기

흔히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개나 고양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고 이색 애완동물이라고 해야 뱀, 이구아나, 거미 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멕시코, 호주 등에서는 호랑이나 사자, 악어 등을 애완용으로 집 안에서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웃들은 매일 들려오는 맹수들의 포효에 두려움에 떨고 동물보호단체들도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정작 맹수를 키우는 이들은 개인의 자유, 취향 등을 내세워 쉽사리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 애완용 호랑이가 전 세계 야생 호랑이보다 많아 = 18일 BBC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미국 내 동물원이나 개인이 키우는 호랑이 수는 7000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공식집계된 야생 호랑이 숫자(3890마리)의 약 2배에 달한다. 애완용 호랑이를 가장 많이 키우는 지역은 남부 텍사스주로 이 지역에만 2000∼5000마리의 호랑이가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을 손쉽게 해칠 수 있는 맹수를 집에서 키우지만 정확한 숫자조차 집계되지 않아 현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규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랑이 외에도 야생동물 애호가들이 키우는 맹수는 사자와 흑곰, 퓨마 등 대표적 맹수들과 함께 악어, 비단뱀 등 다양하다. BBC는 “야생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어 주 정부 등 당국도 규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애완용 맹수 숫자가 많은 것은 느슨한 규제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호랑이 등 애완용 맹수에 대한 감독 및 규제 업무를 연방 정부가 아닌 개별 주에 위임하고 있다. 특히 1973년 만들어진 멸종위기동물법 대상에는 야생동물만 포함되고 사육동물은 제외돼 애완용 호랑이에 대한 단속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직 동물보호소 운영자이자 활동가 벤 칼리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에서는 맹견을 소유하는 것보다 호랑이를 분양받는 것이 더 쉽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설 동물원 등에서 키우는 맹수가 늘면서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탈출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미국 내 포획된 야생동물 중 정부 승인을 받은 동물원 또는 시설에 수용된 숫자는 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 집 마당이나 심지어 도심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1990년 이후 호랑이, 사자 등의 공격으로 2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사자 키우고 애완용 악어 분양도 = 최근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오마르 로드리게스라는 남성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사자 3마리를 키우고 있어 주변 이웃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드리게스는 멸종위기종으로 꼽히는 백색 사자들을 키우고 있는데 멕시코시티 시 정부는 그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자를 키우고 있다며 압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키우는) 사자들이 지금까지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로드리게스와 시 정부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그의 이웃들은 아침마다 사자들의 포효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SNS 등을 통해 호소하고 나섰다.

멕시코 또한 미국과 같이 야생동물 입양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지 일간 밀레니오에 따르면 지난 9일 북부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한 남성이 애완용으로 키우던 사자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희생자의 집 안에는 모두 3마리의 사자와 호랑이가 우리도 없이 사육되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나 자녀 생일에 맞춰 애완용 새끼악어 분양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 지역의 악어 농장들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새끼 악어 100마리를 일반 가정에 분양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농장에서는 몸길이 20∼30㎝의 새끼악어를 분양한 뒤 60㎝ 정도로 자라면 1년 뒤 되돌려 받는다. 악어가 완전히 다 자라기 전 되돌려 받는 방식이지만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도중 분실될 위험성도 적지 않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은 악어 농장들이 비용 절약을 위해 악어를 분양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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