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의 살해 도왔다?..CCTV 확인해보니 형 말렸다

홍지유 2018. 10.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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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놓고 경찰이 “피의자의 동생이 살인을 방조했거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18일 밝혔다. 다만 폐쇄회로TV(CCTV) 전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유가족의 반대가 있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형이 칼로 찌르는 동안 동생이 피해자를 붙들고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범행 당시의 CCTV를 확인한 결과, “형이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동생은 피해자를 양쪽 팔로 잡고 있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형이 칼을 빼 든 이후에는 형의 가슴팍 등을 밀쳐내며 상황을 저지했다.

CCTV에는 14일 오전 8시 8분 형이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때 동생은 피해자의 뒤쪽에서 피해자를 양팔로 붙들고 있다.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나와 가까운 쪽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였기 때문에 우선 형으로부터 피해자를 떼놓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4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현장. [온라인 커뮤니티]

형은 약 10초간 피해자를 주먹으로 때린 뒤 바지 주머니에서 등산용 칼을 꺼낸다. 형이 칼을 꺼내자 동생은 형의 가슴팍을 밀쳐내며 피해자와 형을 떼놓는다. PC방에서 나오던 중 살인 현장을 목격한 3인 역시 경찰 조사에서 “한 남자가 칼을 쥐고 있었고, 다른 남자가 그의 손목을 잡아 말리고 있었다. 칼을 든 남자가 손목이 잡히자, 나머지 한 손으로 피해자를 때렸다. 제지하려고 했으나 힘이 달리는 듯 보였다”고 진술했다. 동생이 PC방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장면도 CCTV에 포착됐다.


“죽여버리겠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협박, 경찰도 알고 있었나?

경찰은 상황을 단순 시비로 인식했다. 동생의 112 신고는 “테이블 정리 문제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 피해자의 신고는 “손님이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니 어떻게 해달라”는 내용으로만 접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이후에도 살인의 징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폭행이 오간 것도 아니었고,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점주에게 “손님이 환불을 안 해주면 죽여버리겠다며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경찰관계자는 “경찰이 철수한 이후 피해자가 문자를 보낸 것으로, 경찰은 구체적 협박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현장. [온라인 커뮤니티]


동생이 형에게 피해자의 위치를 알려줬다?

의혹을 유발했던 CCTV 장면 중 하나는 피해자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 후 밖에 있던 동생이 형 쪽으로 급히 달려가는 것처럼 보도된 부분이다. 해당 장면은 동생이 망을 보면서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해 형에게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그러나 CCTV에는 동생이 8시 12분(실제 시각 8시 3분)에 지하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피해자가 쓰레기를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시각은 CCTV상 8시 15(실제 시각 8시 6분)분이다. 3분 동안은 에스컬레이터를 비추는 CCTV에 아무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나가는 것을 보고 동생이 형에게 달려간다’는 보도는 전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형이 체포되는 동안 동생은 도주했다?
형은 8시 15분에 체포됐다. 구급차는 8시 25분에 도착했다. 동생은 그동안 두 차례(8시 21분, 8시 25분) 경찰들의 조사에 응했다. 동생이 현장을 떠난 것은 형이 체포된 시점부터 13분 이후인 8시 28분이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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