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누리던 제주관광 감소세..北 개방 시 직격탄

임성준 2018. 10. 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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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호황을 누리던 제주 관광 시장이 올 들어 내국인관광객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 관광이 개방된다면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18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7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44만22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6만157명) 감소했다.

내국인은 1050만9471명으로, 2.9%(31만5424명) 줄었고, 외국인은 93만2758명으로 13.4%(14만4733명) 줄었다.

주목할 점은 내국인 관광객 분기별 집계에서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공항 포화 및 공급 좌석 감소 등에 따른 접근성 제약, 골프장 개별소비세 부과, 내국인 관광시장 콘텐츠 부족, 해외여행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국인 관광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광객 3500명이 제주항에 도착, 크루즈선에서 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국인관광객 4년만에 감소세 전환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9월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36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줄었다. 분기별 집계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4년만이다.

더욱이 성수기인 7월과 8월에도 내국인관광객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7%, 8월에는 7.3% 줄었다.

◇올 여름휴가철 강원도에 크게 밀려

‘한국 관광 1번지’를 자부했던 제주도가 올 여름 휴가철에 내국인 여행시장에서 강원도에 크게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국민 2만72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6~8월 여름휴가 여행조사 결과, 국내여행 경험률은 2016년 74%에서 2017년 68%, 올해 66%로 매해 떨어지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은 2016년 19%에서 2017년 24%, 올해 27%로 상승하는 등 해외여행시장 확대로 국내여행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특히 1박 이상 국내여행자 중 지역별 여름휴가 여행지 분포도 분석에서는 제주가 11.0%로 17개 시·도 중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2.2%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1위인 강원도는 24.8%로 지난해보다 1.7%포인트 상승했고, 제주와 격차를 갑절이상 벌였다.

제주와 3위인 전남과의 분포도 격차 역시 2017년 3.4%포인트에서 올해 2.6%포인트로 좁혀졌다.

제주는 해외여행지와의 경쟁에서 밀리는데다 수도권 주민들이 항공난과 여행비 부담 등으로 근거리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올 여름 제주를 비롯해 전남·부산·경남·충남 등 바다·해변 중심지역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올해 6~8월 제주 방문 내국인관광객은 344만101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61만2023명보다 4.3%(17만1004명) 감소했다.

제주는 2016년 2월부터 조사가 시작된 후 강원보다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유지했지만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뒤처지는 등 제주관광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해 구조적 요인과 일시적인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제주 방문 수요는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제주공항 항공기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달해 여행 성수기 중 제주 방문객 증가를 제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올해 8월까지 항공기 국내석 공급석은 지난해에 비해 1.1% 감소했고, 이용객도 1.9% 줄었다.

◇골프장 내장객 급감…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사라진 탓

이와 함께 제주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올해부터 종료되면서 골프 관광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은 86만879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02만 1121명에 비해 14.9% 감소했다.

이는 1∼2월 폭설 영향도 있지만 올해 1월부터 부활한 개별소비세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제주도 개별소비세 감면기한을 2022년까지 5년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올해 1월부터 폐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75% 감면돼 5280원이었던 제주도내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는 2만1120원으로 껑충 뛰었다. 4명이 한팀을 이뤄 제주를 방문해 27홀을 칠 경우 16만896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1박 2일 골프를 칠 경우 1팀당 33만792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제주 골프 비용이 늘어나자 국내 골퍼들은 제주보다 가격이 저렴한 동남아로 빠져 나가고 있다.

제주시 골프장 관계자는 “올해 골프장 내장객은 지난해 대비 12% 감소했고 이에 따른 매출은 15%나 줄어들었다”며“제주도가 골프산업의 메카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제주시 모 회원제 골프장은 최근 파산 선고를 당했고, 또 다른 몇몇 골프장은 법인 회생, 경매 절차를 되풀이하고 있다. 연쇄 부도를 일으켰던 일본 골프장업계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중제(퍼블릭)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北 관광 개방 시 영향 미칠 듯

한은제주본부는 중장기적으로 일부 지역주민들의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남북관계 개선 시 북한지역 여행 선호 증대 현상도 제주관광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내 관광업계에서는 내국인 관광객에 대한 관심 부족에 따른 정책 및 콘텐츠 부재, 접근성 제약, 국내 다른 지방과의 경쟁 확대 등으로 내국인 관광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내국인 관광시장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관광객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항공기 슬롯 추가 확보롤 통한 공급좌석 확대, 여객선 운항재개, 개별관광객 맞춤 마케팅 추진, 제주 콘텐츠 개발 및 상품화 추진, 안전·안심관광 정책 추진, 스마트 관광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한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동안 양적관광 위주의 성장으로 제주 경제가 왔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지나치게 빠르게 감소하고 대책이 없는 상황이 되면 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 해외까지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 관광 블루오션 시대가 마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질적 관광 지표로 체류 기간 관리, 맛집·체험관광 ·스포츠 전지 훈련·인센티브 관광·MICE 산업 등 지출액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대안과, 재방문율과 만족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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