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유럽의 에너지 전환 시사점과 협력 가능성 [기고]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2018. 10. 18. 2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콘퍼런스’가 열렸다.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개최된 첫 국제행사다. 독일, 덴마크,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전문가에게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였다. 특히 유럽 국가들 사례는 뒤늦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00년 6%에서 2017년 36%로 크게 증가했다. 독일이 ‘에너지구상 2010’에서 목표로 한 2020년 35%를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7%에서 2030년 20%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키우려 하는데, 독일은 이미 우리의 2030년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상태다. 에너지 전환 속도도 우리의 1.5배나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설정한 목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나 싶다.

나아가 독일은 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렇게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로 독일 전문가들은 두 가지 큰 추세를 언급했다. ‘효율 우선’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실제로 독일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5년마다 절반으로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다.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4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신축 건물 중심의 우리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기존 건물 에너지 효율화로 확대하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 성공 이유로 확고한 정치 리더십, 협동조합 중심의 시민의 투자와 참여, 재생에너지 발전 보상제도, 정권을 초월한 일관된 실천, 20% 지분을 지역주민에게 보상하도록 한 것 등을 꼽았다. 우리도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을 적극 보장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는 1995년 95%에 달하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16년 40%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3% 수준이던 풍력발전을 42%까지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덴마크는 2020년까지 이를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덴마크 에너지청장은 주민이 최대 20%까지 사업 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등 공정한 에너지 전환 제도를 마련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완화되고 프랑스의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다. 북유럽의 풍력에너지 자원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양호하고 남유럽의 태양광발전 여건은 우리보다 다소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북아에서도 국가 간 전력망 연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게 아니어도 ESS의 단가 하락으로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극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와 동남해, 산간지대는 풍력자원이 풍부하다. 새만금지역 8개 면적이면 2050년에 태양광발전만으로도 필요한 전력량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 연간 30조원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어 해당 지역 농어민 소득과 지방정부의 균형발전 재원이 될 수 있다.

20일에는 덴마크 총리 주도로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 구현을 위한 정상회의(P4G)’가 개최된다. 파리기후협약과 지속가능한 포용 성장을 위한 것이며, 우리 대통령도 참석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도 우리나라와 덴마크 간 에너지 기술 협력을 위해 실무 대표로 참가한다. 덴마크는 풍력발전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양국이 에너지 전환 필수분야에서 상호협력해 그 성과를 P4G 회원국과 공유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