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수원, '원전 부실 부품' 알고도 쓴 정황.."피해액 5조"

윤정식 2018. 10. 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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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쓰는 원전..핵심 '증기발생기' 부실 의혹
보고서에 부실부품 언급 2년 후 또 신규 원전에 사용
부실 증기발생기 교체 피해액 앞으로도 수조 원 예상

[앵커]

한번 지으면 40년 넘게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 이 때문에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다른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18일) 국감장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면 '과연 그럴까'입니다. 국내에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만든 원전에 부실 부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것도 바로 원전 터빈을 돌리는 핵심 부품, '증기 발생기'입니다. 이걸 교체하는데 이미 8000억 원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수조원이 더 들어갈 예정입니다. 교체를 위해 가동을 멈추는 비용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품이 부실하다는 것을 한수원이 알면서도 썼다는 것입니다.

윤정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오늘 열린 한국 수력원자력 국정감사장입니다.

수명이 40년인 원전에 사용된 증기 발생기의 보증 기한이 2년밖에 안된다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김성환/의원 (국회 산자중기위원) : 증기발생기 수리를 하는데 보증기한이 2년입니다. 이렇게 짧게 하는 게 맞습니까.]

[정재훈/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문제 인식에 대해 공감합니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와 이어진 원전 핵심 설비입니다.

원자로 내 뜨거운 물이 증기발생기로 들어가 냉각수 온도를 올리고 이 물의 증기로 터빈이 돌아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냉각수 관로가 깨질 경우 방사능에 노출된 원자로 물이 증기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고도 있었습니다.

국내 원전의 각종 사고 기록이 있는 원전 안전운영 정보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증기발생기 사고를 검색해봤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17일 한빛3호기 사고가 확인됩니다.

방사성 물질도 나왔다고 기록돼 있지만 자체 조사결과 영향은 미미하다고 나옵니다.

비슷한 사고는 2002년 한울4호기 등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5건입니다.

사고 원인은 모두 증기발생기 내 관로의 재질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1990년 고리1호기 사고 조사 보고서입니다.

관로 재질인 합금소재 인코넬600이 부식에 취약했던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적시했습니다.

한수원 측이 해당 부품의 문제를 알고도 이를 계속 사용한 정황도 포착됩니다.

1994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쓴 신소재 관련 보고서에서 해당 부품의 부식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2년 뒤인 1996년 착공한 한빛원전 5,6호기에도 문제의 부품을 또 사용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부실 문제로 제작사가 수천억원씩 배상까지 했던 상황.

1979년 미국 한 공급회사가 써리 원전 1,2호기에 문제의 증기발생기를 공급했다가 약 1000억 원을 배상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증기발생기가 사용된 국내 원전은 모두 14기.

한수원은 이 중 9기를 오는 2020년까지 개선 부품으로 교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교체비용만 8000억원이 들었고, 앞으로는 수조원이 더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로 인한 가동정지 등 한수원이 인정한 피해액은 5조원에 달합니다.

특히 해외와 달리 짧은 보증기간으로 사들여와, 교체비는 모두 국민 세금이 투입될 전망입니다.

(화면제공 : 유튜브)
(영상디자인 : 김충현·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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