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반도 평화 지지 감사"..교황 "두려워 말고 나아가라"

로마 | 손제민 기자 2018. 10. 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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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프란치스코 교황과 ‘38분 단독 면담’

선물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한 후 준비해 간 선물인 예수 그리스도 부조를 전달하고 있다. 바티칸 | 서성일 기자

교황과의 독대는 ‘고해성사’ 성격…배석자 없이 알현 문 대통령 “세례명 디모테오” 인사 후 대화 내용 비공개 방북 성사 땐 쿠바 방문 이어 역사적 사건…비핵화 탄력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정오(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한 교황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하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며 문 대통령을 격려했다.

방북이 성사되면 미·쿠바 국교정상화 직후인 2014년 쿠바 방문에 이어 상징성이 큰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의 진전과 맞물릴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노력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이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북한 땅을 찾아 평화를 기원하고 화해를 중재하는 장면의 파급 효과는 극적일 수밖에 없다.

■ 교황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

두 사람은 이날 낮 12시4분쯤 교황궁 안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면담 장소인 교황궁 2층 서재로 함께 이동한 뒤 38분 동안 단독 면담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라고 이탈리아어로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합니다”라며 “주교 시노드(세계 주교대의원회의) 기간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착석한 뒤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게 해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짧은 인사말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초청의사를 전한 뒤 “김 위원장이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평화를 위해 축원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했다. 교황은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 및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고,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면담에는 두 사람 간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자인 한현택 신부만 배석했다. 교황의 외부 인사 면담은 그 주체가 외국 정상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고해성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배석자가 없고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다만 청와대는 바티칸과 사전 협의한 결과 대화의 주요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단독 면담 후 김정숙 여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불러 교황에게 소개하고 선물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성모마리아상과 예수그리스도 부조를 전달했고, 교황은 올리브가지와 성모마리아상, 묵주,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 담긴 기념품과 비둘기상 등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은 기념촬영 등을 한 후 12시59분쯤 모든 면담을 마쳤다. 교황은 퇴장하면서 “대통령님과 평화를 위해 저도 기도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교황님은 가톨릭의 스승일 뿐 아니라 인류의 스승”이라고 했다. 단독 면담과 기념촬영 및 선물교환 등을 포함하면 두 사람은 총 55분간 만났다.

■ 고비마다 ‘한반도 평화’ 언급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주요 고비마다 한반도 평화 관련 언급을 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월7일 성베드로광장 일반알현 강론에서 “남북한 대표단이 하나의 깃발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에 참가하는데 이것은 스포츠가 가르쳐주듯이 분쟁이 대화와 상호존중을 통하여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세계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4월25일 일반알현에서는 “남북한 지도자 간의 만남은 투명한 대화, 화해의 구체적 여정과 형제애의 회복을 이끌어낼 상서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후인 4월29일 삼종기도 후에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약속에 기도로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6월10일 삼종기도 후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회담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로마 |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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