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교황 방북 수락으로 이어진 文의 '큰 그림'..평화의 이정표

최경민 기자 2018. 10. 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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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취임 초 교황청과 관계 강화→김정은 먼저 설득→교황 수락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방북 의사를 이끌어 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대선후보 때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을 대북정책에 접목해온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교황청과 관계를 돈독히 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우선 설득하고, 교황의 수락 의사까지 받아내는 프로세스를 거쳤다.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이 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파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세계인들이 자유와 정의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회복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공동선으로 서로 돕는 것, 상호부조를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남북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가 극에 달했던 문 대통령의 취임초,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 4대국 뿐만 아니라 교황청에도 취임 특사를 보냈다. 교황청에 대통령 취임 특사를 보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교황청과의 협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교황청의 역할을 이때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사 김희중 대주교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묵주를 선물로 전달하며 문재인 정부와 교황청 사이에 신뢰관계가 기본적으로 형성됐다. 김 대주교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교황을 뵙고 역대 대통령들의 안부를 전했는데 이렇게 (선물을) 별도로 챙겨준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에 나선 올 1월에는 교황청 대사에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낙점하며 대교황청 외교에 힘을 줬다. 이 대사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온 인사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남북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속으로 성사되며 '한반도의 봄' 기운이 이어지던 지난 7월에는 폴 갈라거 교황청 외교장관이 방한을 했다. 갈라거 장관은 문 대통령을 10월 중 바티칸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교황의 뜻을 전했고, 문 대통령은 수락했다.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이 무렵부터 '교황의 방북'이라는 카드를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갈라거 장관에게 "북핵 문제가 진전되면 고통받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교황 방북' 의제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보는게 어떠냐"고 권유했고, 김 위원장은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과거 교황의 방북 시도가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교황 신드롬'을 우려한 북측의 의지 부족이었다. 이번에는 아예 북측 최고 지도자부터 설득해 그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싶어하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김정은 위원장의 성향을 활용했다.

마침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나는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취임 초부터 17개월 동안 공을 들여온 대교황청 외교의 수확물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청와대는 연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서울 남북 정상회담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다. 목표는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종전선언을 공식화하고,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면서,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 후 '세계평화의 아이콘'인 교황의 방북이 내년초 성사된다면, 그 자체가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핵'을 매개로 한 안보 의제의 단계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나온 것이 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수행원들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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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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