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PD한테 구타당하고 기타 줄로 목 졸려"

2018. 10. 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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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폭로 회견
"동생 축구했다고 스튜디오 감금
소속사 PD가 야구방망이로 때려
연주 틀리면 기타 줄로 목 졸라
김창환 회장은 보고도 '살살 해라' 묵인"

김창환 "폭행·폭언 사실 없어
남은 멤버 위해 명예훼손 대처"

[한겨레] 미성년자들로 구성된 6인조 밴드그룹 ‘더 이스트라이트’가 소속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속사는 1년여 전 담당 프로듀서가 폭행한 사실은 있었지만 이후엔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가혹행위가 여전히 계속됐을 뿐 아니라 한때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을 만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김창환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회장)가 이를 방조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인 이석철(18·드럼)군은 1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담당 프로듀서의 가혹행위를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더 이스트라이트가 김창환 회장에게서 폭언을 듣고 담당 프로듀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마련됐다. 소속사는 기사가 나간 직후 “약 1년4개월 전 담당 프로듀서가 멤버들을 지도·교육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하였고 이후 멤버들 부모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였으며 재발 방지를 약속드렸다”며 “현재 해당 프로듀서는 본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사에 사의를 표명하여 수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김창환 총괄 프로듀서는 애정을 가지고 부모의 마음으로 가르치거나 훈계한 적은 있어도, 폭행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적이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석철군의 증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행위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밴드 활동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5년부터 담당 프로듀서는 야구방망이·쇠마이크대·철제봉걸레 등으로 멤버들의 엉덩이를 20대 남짓 때렸으며, 2016년 8월엔 ‘연주를 잘 못한다’며 이군의 목에 기타 줄을 감은 뒤 드럼 박자가 틀릴 때마다 줄을 잡아당겨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동생 이승현(16·베이스)이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스튜디오에 감금돼 폭행을 당했는데, 김창환 회장은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도 “살살 해라”라며 묵인·방조했고, 머리·엉덩이에 심한 상처가 났음에도 방치했다고 이군은 밝혔다. 이군의 아버지가 상처를 확인하고 김창환 회장 등에게 항의해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담당 프로듀서가 물러났지만 그 뒤에도 1~2시간씩 엎드려뻗쳐 시키기 등 크고 작은 가혹행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달 초 해당 프로듀서가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승현군이 반발하자, 김창환 회장은 그를 밴드에서 퇴출시켰으며 항의하는 부모들에겐 ‘그러면 밴드에서 나가라’는 등의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이석철군은 회견에서 “지속해서 폭행, 협박, 아동 학대, 인권 유린을 당했다. 리더로서, 케이(K)팝 가수로서 사랑하는 멤버, 동생이 당한 상처를 방관할 수 없다. 케이팝 신에서 아동 학대와 인권 유린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창환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멤버들을 가르치거나 훈계한 적은 있어도 폭언이나 폭행을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남아 있는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4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과장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건 기획사와 아이돌 간의 불균형한 권력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수와 아티스트, 특히 아이돌 그룹은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관계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관리하고 키워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억압적인 관리가 생긴 것이다. 관리를 강하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업계 불문율도 있어 그 속에서 가수들의 인권은 경시된다”고 말했다. 아이돌 데뷔 연령대가 갈수록 어려지면서, 어른과 아이라는 권력관계도 형성된다. 현재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7살이다. 한 방송사 예능 피디는 “데뷔하기 전에는 가수의 생살여탈권을 회사가 쥐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데뷔를 좌지우지하는 어른들을 향해 큰 소리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기획사 종사자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강태규씨는 “1990년대만 해도 일부 기획사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니 충격”이라며 “자질과 인성이 부족한 사람은 업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지은 서정민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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