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70년..민간인 진압군 증언록 첫 공개
[앵커]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0년이 됐습니다.
여순사건은 제주 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국군 14연대의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극적인 사건인데요.
당시 참상이 담긴 진압 군인들의 증언록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여순사건 당시, 좌익에 협력했다는 이유만으로 민간인들의 생사는 엇갈렸습니다.
부역자 색출과 민간인 학살 등 진압에 나섰던 군인들이 남긴 증언록입니다.
한 하사관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역 혐의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죽였다"라고 고백합니다.
"실탄이 아까워 일본도로 목을 쳤고, 악질적인 동네는 불을 질렀다"라며 "엉터리 같은 전투를 했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장교는 "반란군이 지나갈 때 밥 한 덩어리만 줘도 혐의를 받았으며, 간단한 고발로 종신형이 내려졌고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라고 털어놓습니다.
"애매한 사람을 많이 죽였고 여학생들, 꽃 같은 학생들이 다 죽었다"라며 "6.25전쟁에도 참여했지만 그렇게 비참한 전투를 본 일이 없다"라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진압군을 면담해 작성한 증언록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정인화/민주평화당 의원/여순사건 특별법안 발의 : "양민 학살의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적나라해서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증언록을 토대로 여순사건을 서술한 '한국전쟁사' 등을 펴 냈지만, 민간인 학살의 참상은 누락됐습니다.
[주철희/여순사건 연구 역사학자 : "토벌군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없거든요. (증언록은) 당시 얼마나 군경에 의해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거죠."]
민간인 학살을 부정해 온 국방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양창희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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