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팩트체크]서울교통공사가 사립유치원·강원랜드와 맞먹는다?

김봉수 입력 2018.10.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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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 도중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정조사 요구서 보여주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됐다. 자유한국당 등은 사립유치원 비리, 강원랜드 등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비견되는 중대 사건이라며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의혹 제기를 통해 여당 유력 대선 주자인 박원순 시장 때리기, 시민·노동단체 등 진보 진영 공격,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실패 부각 등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노린다. 시민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동요하고 있다. 반면 여당 측은 비리의 실재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올바른 정책", "사실 관계가 확인이 안 된, 지나친 정치적 공세"고 방어하고 있다. 서울시도 "확실한 비리가 발견되진 않았다"며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이 끝난 후인 23일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과연 정말로 서울교통공사의 의혹이 사립유치원 비리, 강원랜드 등 공기업 채용 비리와 비견되는 중대 사태일까? 아직까지 심증과 의혹만 제기됐을 뿐 실제 비리와 특혜가 존재했는지 여부는 전혀 제기되거나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팩트 여부'와 관계없이 다분히 정치적인 공세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다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공기업 채용 비리 감사에서 1차적으로 검증돼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즉 단순히 친인척 채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해서 특혜와 비리가 있었다고 보기엔 아직까지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20일 오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린 글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야당들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침소봉대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윤 부시장은 2016~2017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으로 재직하며 구의역 사고 이후 문제가 된 지하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을 총괄 지휘했던 사람이었다.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미처 못다한 말이 많았던 듯 그는 세부적인 사실 관계를 일일이 설명하고 그간의 진행 과정을 밝히면서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윤 부시장은 우선 서울교통공사의 올해 3월 사내 가족 재직 여부 조사 결과 단순히 친인척 비율(11.2%)이 높다는 이유로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여성의 공무원시험 합격률이나 공기업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고 선호하는 직장의 사내커플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공기업 등 공조직의 부부직원 비율이 5%를 상회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의 부부직원 비율 4.2%는 여타 공조직에 비해서 약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1,285명의 부부직원 비율 1.0%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제한경쟁을 통해 선별적으로 고용승계된 313명의 부부직원은 0명"이라며 "단순히 특정 조직의 사내가족 직원 비율만으로 특혜채용이 있었다고 단정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부시장은 특히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채용은 기본적으로 일반공개경쟁을 통해 이루어졌고, 안전업무 직영화 방침에 따라 민간위탁사나 자회사로부터 직고용되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313명마저도 친인척 의심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쳐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미 사실상의 정규직이었던 무기계약직(업무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이 "고용 세습"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언론의 선동적 언어"라고 일축했다. 실제 시는 구의역 사고 이후 이미 안전업무직 등을 사실상의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이후 서울메트로ㆍ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난해 5월 통합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노사 협상을 통해 차별 해소ㆍ처우 개선 차원을 위해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시는 또 기존 일반직 직원들의 불만을 고려해 직급 격차를 두는 등 보완책도 마련했다.

청년 일자리 박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더 늘렸다"고 되받아쳤다. 윤 부시장은 "안전 업무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민간위탁사(용역업체)와 자회사 직원 313명을 제한 경쟁을 통해 선별적으로 고용승계했고, 나머지 안전업무직 620명의 추가 채용은 일자리 확충 차원에서 공개경쟁방식을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 부시장은 또 야당과 일부 언론의 '오보'에 대해서도 일일이 꼬집었다. 우선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정규직 전환자 중 1,080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1만7084명 중 1만7054명(11.2%)가 조사되었고 조사된 17,054명 중 배우자 등 사내가족이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1,912명(11.2%)"이라며 "업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직원 1,285명 중 사내가족과 함께 근무하는 직원은 108명(8.4%)"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 사무총장이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폭로한 것도 "김연환 전 노조위원장은 아들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규직 전환'을 미리 염두하고 기존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들이 대거 임시직으로 입사했다"는 주장엔 "공개채용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65명의 채용 공고 시점(2016년 7월 15일~2017년 3월 17일)은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일반직화 방침 발표(2017년 7월 17일)보다 이전"이라며 "채용 공고 시점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작업을 하였고, 일반직으로의 전환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시기"라고 반박했다.

'노조와의 야합' 의혹엔 "당초 노조의 요구는 시험없이 전원을 일반직하자는 것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사측에서 전환시험을 강행했다"고 반박했다.

윤 부시장은 이어 "저를 비롯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관련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자부한다"면서 "함께 감사원 감사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