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중미 이민 '캐러밴'막은 멕시코, 극소수만 방문 입국 허용

차미례 2018. 10. 21. 07: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테말라 국경서 3000명중 몇 명에게만 45일 비자 허용
【에스퀴풀라스(과테말라)=AP/뉴시스】과테말라 에스퀴풀라스에서 15일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과테말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미국을 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온두라스 이주자들이 미국행을 멈추지 않으면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8.10.17

【치우다드 이달고 ( 멕시코)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20일까지 연 이틀 동안 과테말라 국경을 통해 입국하려는 온두라스 이민자 캐러밴을 막고 입국수속을 거부하던 멕시코 당국이, 수천명씩 몰려든 이민들 가운데 20일 오후부터 소수에게 입국 비자를 내주면서 조금씩 입국 수속을 재개했다.

이들에게 발급된 45일짜리 방문 비자는 이론상으로는 미국에 도착할 수 있는 충분한 기한을 허용하는 셈이다.

입국거부를 시작한 19일부터 이 곳 국경초소가 있는 교량위에는 수 천명의 이미자들이 몰려서 멕시코 당국은 혼란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진압장비를 갖춘 진압군의 밀집 대형으로 사람들을 정지시킨 당국은 대규모 군중이 몰려들 때마다 미국 국경관문에서 흔히 하는 수법에 따라서 소수에게만 입국을 조금씩 허용하는 진정 작전을 펼쳤다.

이에 따라 국경을 통과해 입국이 허용된 이민들은 버스에 태워져 인근 도시 타파출라의 널따란 공터의 함석 지붕이 있는 임시 수용시설로 옮겨졌다. 이 곳에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국제적십자사가 세워놓은 수많은 파란색 소형 텐트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 날 3000명이상이었던 교량 위의 대기 군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부만 입국 시키는 지연작전 때문에 뜨거운 햇볕아래 다리위에서 발목이 잡힌 대기자들은 더위와 기다림에 지쳐 세관 정문으로 달려가 " 제발 들여보내 줘요, 우리는 일하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직원들은 질서 유지를 위해 이들 앞에 강철로된 폭동진압용 바리케이드를 첩첩이 세워 놓았다.

입국 수속을 위해 소규모 그룹의 입장을 허용하는 작은 옆문이 열릴 때마다, 이민들은 필사적으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을 하면서 서로 부딪치고 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아기 엄마는 땀에 흠뻑 젖어 울고 있는 딸 아기를 사람들 머리위로 들어올린 채 " 밀지 말라, 아기가 숨이 막혀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20세의 아기 엄마 스칼렛 크루스는 아기 때문에도 멕시코 정부가 허용하는 어떤 종류의 이민조건도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도 다른 온두라스 이민들 처럼 현재의 위험한 독재 정권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찰이 제공하는 정치적 피난처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어떤 조건이든 괜찮다는 입장이다.

폭염으로 이민들 중 최소 6명이 탈진해 쓰러졌고 멕시코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무작전 다리 아래 수치아테 강으로 몸을 던져 헤엄치지거나 밧줄로 나무를 엮은 엉성한 뗏목에 여러 명이 타고 건너려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멕시코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 온두라스 난민 640명을 국경지대에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내무부가 배포한 사진에는 이민들이 버스에 내려서 음식을 배급받고 진료를 받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어떤 이민들은 국경 교량의 과테말라쪽 철조망을 찢고 6,7세의 어린 아이들과 아이 엄마를 13m 아래 진흙탕 강물 속으로 던져 넣기도 했다. 이들은 뗏목에 태워져 무사히 멕시코쪽 강둑에 도착했다.

일부 난민들은 멕시코 정부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면 안된다, 그건 다시 추방하려는 책략이다라는 소문에 따라 승차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버스를 타면 다시 추방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적은 없고, 그런 소문에 따라 차를 안타려고 하는 가족들은 많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멕시코 관리는 19~20일 사이에 버스에 태워져 다시 추방된 사람은 500명쯤 있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귀국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곳 이민들은 대부분 내전과 조직폭력단의 살상이 만연한데다 먹고 살길이 없는 온두라스를 떠나기 위해 캐러밴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한편 그 동안 트위터에다 분노의 글을 올리며 멕시코 정부에게 미국행 온두라스 난민들을 막도록 강력히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남쪽 국경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만족을 표하며 애리조나 유세중에 "멕시코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정부의 대책이 소용이 없게 되면 미국은 국경방위대가 아니라 군대를 동원해서 멕시코 국경에 투입할 것이라는 위협을 되풀이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 날 멕시코 시티에서 룽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과 만나 캐러밴 증가에 대한 대책등을 논의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19일 밤 성명을 발표 "멕시코는 현재나 앞으로나 어떤 불법적 방식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폭력적인 방식은 강력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대통령들도 20일 긴급정상회담을 가진 뒤, 1주일전에 캐러밴이동이 선언된 이후 이미 5400명이 과테말라에 들어왔으며 이 중 2000명이 자진 귀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밤이면 추위에 떨고 낮에는 폭염에 시달리면서도 거의 무일푼에 맨손인 난민들은 절대로 귀국은 하지 않겠다며 계속 미국행을 고집하고 있다.

cmr@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